“골방에 삼형제 모여 처음 듣던 기억나”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1977년 산울림 1집 ‘아니 벌써’를 처음 듣던 때를 회고했다. 산울림은 김창완(보컬ㆍ기타), 김창훈(베이스), 김창익(드럼)으로 구성된 가족밴드로 데뷔했다. “한밤중이라 엠프도 못 켜고 삼 형제가 골방에 모여 턴테이블 바늘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때는 그게 다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참... 당시 최고로 꼽히던 서울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판만 나오면 소리가 왜 그렇게 쪼그라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2008년 캐나다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막내(김창익) 생각이 많이 났다며 “드럼 연주를 이렇게 잘했는데 숟가락 통 두드리는 소리가 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45주년 맞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정규, 동요 앨범 등 20장 복원해 LP 발표
뿌연 안개 걷어낸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
황병준 씨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진정한 아날로그는 녹음실에서 믹싱 과정에서 듣는 소리와 LP나 CD 등 매체에 담기기 전 릴테이프 두 가지인데 완벽한 오리지널에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을 목표로 인위적으로 소리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음색이나 크기 조절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들려준 리마스터링된 곡들은 뿌연 안개를 걷어낸 듯 생생한 음질을 자랑했다.
“산울림이 77년에 데뷔했을 때 파격적이라고 환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게 노래냐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저도 요즘 후배들이 하는 힙합을 흘려 듣곤 했는데 그분은 저와 생면부지인 데다 나이도 더 많으신데 한 곡 한 곡 정성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시더라고요. 많이 반성했죠.”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22년째 진행 중이고, 현재 방영 중인 KBS2 수목드라마 ‘진검승부’ 등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다 보니 “‘왜 노래 안 하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2020년에 솔로 앨범 ‘문’도 내고 김창완밴드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다”며 웃었다.
“순수함 다가가고 싶어” 화가로 변신
“산울림 노래엔 사랑이란 말이 없었어요. 8집에서야 겨우 ‘내게 사랑은 너무 써’(1982)라고 부끄럽게 꺼내기 시작했는데 다시 그런 순수함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순수함에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걸 즐겼어요. 그런데 노래는 팔리면 좋던데 그림은 팔리니까 왜 이렇게 생이별 같은지 모르겠어요. 이별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다시금 느끼고 있죠.”
“막내가 떠나면서 산울림 음악이 단절된 지 15년이 다 돼가요. 그런데도 산울림 팬클럽에 어린 팬들이 생기는 걸 보면 감사하죠. 산울림 음악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 있구나 싶고요. 그래도 산울림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는 “가수라는 왕관을 쓰고 싶지도 않고 족쇄를 차고 싶지도 않다”며 김창완 개인전 앞에 붙는 ‘산울림’이나 ‘가수’ 같은 수식어도 모두 빼버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