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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정상…점점 커지는 존재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발매한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16일 발매한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 빌보드는 25일(현지시간) 블랙핑크가 지난 16일 발매한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K팝 가수가 빌보드 정상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BTS)ㆍ슈퍼엠ㆍ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네 번째다. 여성 그룹이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미국 대니티 케인의 ‘웰컴 투 더 돌하우스’ 이후 14년 만이다. 11주간 1위를 차지했던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의 스페인어 앨범 ‘운 베르노 신 티’는 2위로 내려오게 됐다.

NCT 127 4집 '질주'도 빌보드 200 3위 #올해만 10팀 빌보드 앨범 차트 톱 10

음악 분석 회사 루미네이트(옛 닐슨뮤직)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본 핑크’는 미국에서 발매 첫 주 10만 2000여 장이 팔렸다. 실물 음반 판매량이 7만5500장,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TEA와 SEA가 각각 2만5000장, 1500장으로 집계됐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 기준 한 주 동안 214만장이 판매된 ‘본 핑크’는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며 양대 팝 차트를 석권했다.

블랙핑크는 두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아시아 여성 아티스트이자, 걸그룹으로서는 2001년 미국의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1년만이다. 블랙핑크는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본 핑크’를 작업하면서 팀 정체성은 물론 한층 진화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며 “우리 블링크(팬덤명)가 만들어준 영광의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셧 다운' K팝 최초 스포티파이 주간 1위 

 블랙핑크는 2집 타이틀곡 '셧 다운'으로 K팝 그룹 최초로 스포티파이 위클리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2집 타이틀곡 '셧 다운'으로 K팝 그룹 최초로 스포티파이 위클리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빌보드는 “올해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두 K팝 앨범이 대부분 한국어인 것과 달리 ‘본 핑크’는 대부분 영어로 된 앨범”이라고 짚었다. 앞서 3월 발매된 스트레이 키즈의 미니 6집 ‘오디너리’와 6월 발매된 방탄소년단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와의 차이점으로 꼽은 것이다.
‘본 핑크’는 수록곡 8곡 중 4곡이 영어 곡이다. 역시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구성된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일주일간 3918만 6127회 스트리밍되며 K팝 최초로 ‘위클리 톱 송’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2018년 미니 1집 ‘스퀘어 업’으로 ‘빌보드 200’ 40위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미니 2집 ‘킬 디스 러브’로 24위,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으로 2위까지 모두 K팝 걸그룹 최초 기록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180만명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중 1위로 신곡을 낼 때마다 기록 경신 중이다. ‘글로벌 유튜브 송 톱 100’에서 선공개곡 ‘핑크 베놈’이 5주간 1위를 기록한 이후 ‘셧 다운’이 1위 배턴을 이어받고, 안무 영상까지 더해 지난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 부문 1~3위를 차지하는 식이다. 1집 수록곡 ‘아이스크림’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3위에 오른 이들이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할지도 관심사다.

지난 16일 발매한 정규 4집 '질주'로 빌보드 앨범 차트 3위에 오른 NCT 127.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난 16일 발매한 정규 4집 '질주'로 빌보드 앨범 차트 3위에 오른 NCT 127. 사진 YG엔터테인먼트

같은 날 발매된 NCT 127 정규 4집 ‘질주’도 ‘빌보드 200’ 3위에 올랐다. 발매 첫 주 154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질주’는 미국에서 한 주 동안 5만8500장 상당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실물 음반 판매량이 5만5500장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NCT 127은 지난해 정규 3집 ‘스티커’로 3위를 기록했다.
2016년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NCT 127 역시 2018년 정규 1집 ‘NCT #127 레귤러 일레귤러’ 86위를 시작으로 2019년 미니 4집 ‘NCT #127 위 아 슈퍼 휴먼’ 11위, 2020년 정규 2집 ‘NCT #127 네오 존’ 5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상반기 미국 음반 톱 10 중 6팀이 K팝 

방탄소년단이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첫 정상에 오른 이래 6장의 앨범으로 1위를 기록하면서 빌보드 앨범 차트 내 K팝의 존재감은 확연하게 커졌다. 올해만 에스파ㆍ에이티즈ㆍ트와이스(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ㆍ세븐틴(4위), 엔하이픈(6위), 있지(8위) 등 10개팀이 ‘빌보드 200’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트와이스 나연의 첫 솔로 앨범도 7위에 올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빅히트 뮤직의 직속 후배이고, 플레디스의 세븐틴과 빌리프랩의 엔하이픈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 팀이다. SM의 에스파와 JYP의 트와이스·있지 등 걸그룹 대결도 치열하다. 에이티즈는 블락비를 배출한 중소기획사 KQ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루미네이트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음반 판매량(단일 앨범 실물 CD 기준) 상위 10개 중 6개가 K팝 앨범이다. 지난해 CD·LP·카세트 등 실물 음반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K팝 그룹은 전 세계 음악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음악 시장 총수입은 259억 달러(약 36조원)로 전년 대비 18.5% 성장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K팝이 메인 스트림에 진입한 것은 물론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1980년대 일본 시티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훗날 2020년대 음악산업을 돌이켜보면 K팝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대는 K팝의 시대로 기억될 것”

16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4집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NCT 12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16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4집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NCT 12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K팝으로 한데 묶어서 보기보다는 개별 작업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는 빅뱅·투애니원 음악을 만든 YG의 테디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만큼 K팝의 정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 K팝 공식을 따르지 않는 팀”이라고 짚었다.
보통 K팝 그룹이 1년에도 2~3번씩 앨범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2년 만에 정규 2집을 발표할 만큼 과작하는 팀이고 자체 콘텐트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대신 글로벌 셀러브리티로서 활동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이유에서다. 리사(셀린느), 제니(샤넬), 지수(디올), 로제(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약하며 패션 아이콘으로서 각자가 지닌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통상 해외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빌보드 집계 기간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로 앨범 발매일을 맞추고 다른 팀과 발매일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과 달리 정면 승부를 벌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올해의 빅매치’로 꼽히기도 한다.
김 평론가는 “NCT 드림 등 NCT의 여러 유닛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번 앨범에서 ‘패스터(Faster)’ ‘질주’로 이어지는 트랙을 듣다 보면 NCT 127만의 화려함과 스피드가 느껴져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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