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38세)씨는 주식 투자로 손실이 늘어나자 최근 채권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액면 금액에서 매년 1% 이자(표면금리 또는 쿠폰금리)를 주기로 약속한 국채, 이른바 '저(低)쿠폰채'에 1억원을 투자했다. 저쿠폰채는 저배당 주식처럼 이자로 벌 수 있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싼값에 사두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고액 투자자의 경우 이자수익에 붙는 금융소득세를 줄일 수 있어 '절세 치트키'로 불린다. 증권사 관계자는 "액면가 1만원에 표면금리 1%인 채권을 9780원에 샀다고 가정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도 낮게 부담하면서 시세차익 220원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과세율이 높은 고액자산가의 경우엔 최대 5.5%(세전, 잔존만기 1년)의 예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사세(그들만이 사는 세상)’라 불리며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겼던 채권에 개인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올 초부터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주식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세테크'를 위한 저쿠폰채는 물론 고금리 매력이 있는 회사채까지 투자처도 다양해졌다.
8월 개인 채권 순매수 3조 돌파...역대 최대
삼성증권 "저쿠폰채 판매액 5.3배 늘어"
'금리 매력' 회사채·여전채 순매수도 급증
채권은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지만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1일 현재 신용등급 AA-급 3년물 회사채 수익률은 연 4.739%로, 올해 초 2.46%보다 2.279%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전반이 올랐기 때문이다.
"금리 매력 계속 커져 개인 투자 더 늘 것"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개인의 채권 투자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한성 하나증권 기업금융실장은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판단 때문에 개인들이 채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금리가 더 오르면 개인의 채권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