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소비와 투자 풍속도
최근 네이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20·30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글 내용이다. 티큐는 TQQQ, 속슬은 SOXL을 가리킨다. TQQQ는 미국 나스닥 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SOXL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의 약어다.
이들 상품을 사서 추종 지수가 10% 올랐을 때 팔면 3배인 30%의 수익을 얻지만, 거꾸로 10% 떨어졌을 때 팔면 30%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초(超)고위험 투자 상품에 MZ세대의 매수세가 크게 몰리고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 순매수 톱10 종목 가운데 2위가 TQQQ, 3위가 SOXL이었다. TQQQ엔 20억9000만 달러(약 2조8100억원), SOXL엔 13억2000만 달러(약 1조7700억원)의 순매수액이 몰렸다. 두 상품보다 많은 선택을 받은 종목은 테슬라(22억2000만 달러)뿐이다. 엔비디아·애플·알파벳A(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우량주도 뒤로 밀렸다. 10위인 BULZ(‘마이크로섹터스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드’, 2억5000만 달러) 역시 미국 빅테크 상위 15종목 주가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이처럼 주식 투자로 이미 큰 손실을 입은 데서 비롯된 조바심과, 꾸준한 우상향 기조를 이어온 미국 증시에 대한 맹신(盲信) 등에 MZ세대의 초고위험 투자 상품 사랑은 기세를 더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의 ETF·ETN 거래액(해외주식 중개 증권사별 개인투자자 거래액 톱50 기준)에서 3배 추종 상품 비중은 60.2%였고 1배 추종 상품은 31.8%였다. 그런데 올 1분기엔 3배 추종 상품 비중이 78.5%로 한층 높아진 반면, 1배 추종 상품은 10.9%로 크게 낮아졌다.
문제는 연일 글로벌 위기론이 나올 만큼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들의 오판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데 있다. 특히 M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중의 유동성 폭발에 따른 급등장을 경험하며 주식 투자에 입문한 경우가 많은 반면 외환위기, 금융위기처럼 장기간 점층적으로 나타나는 위기 상황은 겪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MZ세대 사이에서 불패 신화로 각인된 미국 증시만 해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로 무려 25개월간, 2007~2008년 금융위기로 16개월간 각각 하락장이 이어진 바 있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더구나 무리한 대출까지 감행해서 초고위험 투자 상품에 잘못 손을 댔다가는 버티기 힘들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반등 랠리를 펼쳤음을 고려하더라도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은 헤지(hedge) 차원의 소액 투자처 정도로만 보는 편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단기 증시 반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이벤트일 뿐 경기 침체 우려가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됐다”며 “지금이 저점이란 판단으로 위험한 투자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