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원폭 투하 77주년을 맞아 지난 14~15일 만난 원폭 피해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지옥 같은 경험을 그 누구도 다시 겪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태양이 터지는 줄 알았다” 기억
가지모토씨는 히로시마에서 활동 중인 ‘피폭 경험 전승자’ 32명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엔 1년에 130~150회,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 자신의 경험을 알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본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화가 났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원폭의 피해를 몰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해 핵을 가져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자료관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날의 참혹한 장면에 경악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일본인이라면 원폭 피해를 알고 있지만, 그 실상을 직접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은 아주 다릅니다.” 도우야 도시히로(豆谷利宏) 부관장의 설명이다.
도우야 부관장은 후대에 핵의 참상을 알리는 것이 ‘히로시마의 사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어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내년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히로시마를 다녀간 후 외국인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며 “G7 회의가 세계에 전쟁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점점 사라지는 전쟁의 흔적
이 학교 학생들은 연간 70~80시간씩 평화 교육을 받는다. 저학년 때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평화의 개념에 대해 배우고 고학년에선 세계정세와 전쟁,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에 대해 학습한다. 15일엔 6학년 학생들의 발표회가 열렸다. “평화란 무엇인가”를 묻는 교사의 질문에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답했다. “불안하지 않고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겁니다.”
다케스에 히로유키(武末弘之) 시로야마 초등학교 교장은 “나가사키 아이들이 평화를 전파하는 리더로 자라나길 바란다”며 “세계 여러 학교와 교류하며 평화교육의 중요성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G7 정상들, 원폭 피해자 만나길"..마쓰이 히로시마 시장 인터뷰
히로시마를 선거구로 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핵 없는 세계'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 5월 19~2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로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며 히로시마를 낙점했다.
14일 만난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実) 히로시마시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핵무기 철폐가 아주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며 "G7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만난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実) 히로시마시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핵무기 철폐가 아주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며 "G7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6월 열린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회의에 시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핵 전쟁 위험에 떨어야 한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사태가 보여준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핵무기를 없애는 것밖에 없다. 핵무기 피해를 직접 겪은 히로시마의 마음을 전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가했다.
- 일본 정부는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
- 핵무기금지조약은 기존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핵 보유국을 비롯해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있는 나라들도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에도 계속해서 조약 참가를 촉구할 계획이다.
- 내년 G7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준비는.
- G7 국가들 대부분이 핵 보유국 아닌가. 이 나라의 리더들에게 어떻게 피폭의 참상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상들이 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핵무기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