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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아니면 핵전쟁…푸틴, 우크라에 선택 강요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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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측 승전기념일인 9일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분수령이 될까. 서방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서방에 핵 위협을 가하거나, 전면전을 선언하거나, 반대로 승전을 주장하며 전쟁 종결 등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협상 아니면 핵전쟁”=“협상 테이블에 나오든지 아니면 전술 핵무기에 맞서 싸울지 선택하라.” 푸틴의 연설 비서관 출신인 러시아 정치 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푸틴이 국제사회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광인 전략’을 펼치며 9일 우크라이나에 이런 통지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갈리야모프 7일 BBC에 “푸틴이 지금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전히 ‘미친 사람’이란 인상을 주는 것”이라며 “푸틴은 이번 침공을 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유약해 보이지 않는 탈출구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은 (핵전쟁이 날까) 겁먹은 서방 국민과 지도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 테이블에서 푸틴의 요구 중 적어도 몇 개는 들어줘라’고 말해주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의 배치나 사용을 계획 중이라는 징후는 현재로썬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지도자(푸틴)의 무력 과시를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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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열병식에서 핵전쟁 시 지도부가 탑승하는 지휘통제기 IL-80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둠스데이(최후의 날)’로 불리는 이 통제기가 열병식에 등장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라며 “이는 서방에 보내는 경고”라고 풀이했다.

◆“‘나치와 전쟁’ 주장, 전면전 선언”= BBC는 “9일은 푸틴이 나치 독일과 싸웠던 소련의 기억을 활용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이 이날 ‘우리는 지금 세계 나치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따라서 더 많은 러시아 국민을 동원해야 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틴이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대규모 징집과 예비군 동원, 물자·장비 징발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탈나치화’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내걸었던 주장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부분의 분석가는 기념일에 대한 푸틴의 집착을 고려할 때 푸틴이 9일에 더 큰 일을 일으키고 싶어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했다. 다만 크렘린 궁은 전면전 선언이나 대규모 징집 예측을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다.

◆“성과 주장하며 출구 모색”=일각에선 푸틴이 이날 자국민에게 전쟁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며 전쟁 중단 같은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디언은 7일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몇몇 지역을 장악한 것을 두고 ‘특별군사작전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교전을 단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전승절 직후 동남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등 분리주의 정권 장악 지역, 그리고 점령지인 서남부 헤르손 등을 자국에 병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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