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 11회 아트부산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하고 폐막했다. 아트부산은 부산에서 해마다 열리는 아트페어로 국내외 갤러리들이 총출동해 '그림'을 판매하는 큰 미술시장이다.
지난해 350억원 매출을 기록한 아트부산은 올해 최대 600억원 판매를 예상했으나 760억원 매출을 올렸다. 개막 전 아트부산이 "600억원 매출, 10만 명 관람"을 전망한다고 발표했을 때, 미술계에선 "그건 기대일 뿐, 현실적으론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 예상이 뒤집힌 것이다. 국내 아트페어에서 나온 적 없는 판매 기록이 나왔다. 지난해 350억원도 당시 국내 미술시장 최대 매출 기록이었는데, 아트부산이 다시 기록을 세운 것이다.
2년 연속 매출 두 배로
작년 350억, 올해 760억
4일 동안 10만2000명
매출 예상 600억 훌쩍
MZ세대, 50-60대 큰손
"휴가 내고 온 관람객도"
첫날부터 줄섰다
아트부산은 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VVIP 프리뷰 시간을 따로 제한해 운영했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최 측은 "미술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참가 갤러리 수가 전년 대비 20% 정도 늘어남에 따라 방문객 수도 자연스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열자마자 전시장으로 달려간 관람객들로 '솔드아웃'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한 갤러리 구조는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 작가의 페인팅 작품 '비욘드 더 레드'를 국립현대미술관에 판매했고, 한지를 태워 작업하는 캐스퍼 강의 신작 10점을 완판했다. 유진이 갤러리 구조 대표는 "민병헌 사진작가의 '꽃' 시리즈 를 포함해 사진작품에 대한 관심도 컸고 작품도 여러 점 판매됐다"며 "구매자들은 20~40대 컬렉터와 그 이상 연령의 기존 컬렉터들이 각각 절반 정도였다. 미술시장 소비자의 세대 교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Z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갤러리스탠은 첫 날 전시된 작품의 90% 이상을 판매했다. James Jean, So Youn Lee, Grafflex, Sambypen, 백향목, GBDAY, 김둥지, 아신, Chocomoo 작가의 작품이 완판됐다.
올해 첫 참가로 주목받은 미국의 그레이 갤러리는 하우메 플렌자의 청동 두상 작품을 5억원대에 판매했고, 행사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6억원대 호크니의 8.7m 대형작품을 포함해 알렉스 카츠의 회화작업 다수를 판매했다.
"9점 모두 제가 살게요" 싹쓸이 손님도
2020년부터 아트부산에 꾸준히 참가해온 타데우스 로팍에선 안토니 곰리의 신작 스탠딩 조각이 약 8억원대에 팔렸고 들고 나왔던 알렉스 카츠, 이불, 맨디엘사예 작품 역시 '완판'했다.
최근 서울에 갤러리를 오픈한 페레스 프로젝트는 도나 후앙카의 회화 4점. 애드 미놀리티의 대형 회화 두점을 포함한 부스 내 대부분 작품을 판매했고, 베를린에 있는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미놀리티의 대작 한 점은 국내 사립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됐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우 웨이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고, 아이 웨이웨이의 행잉맨을 2억원대에, 자오자오의 회화 Sky 2점을 각 1억원대에, 주진스의 작품 대부분을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정상화, 이강소, 이건용, 김민정의 작품을 첫날 모두 완판했고,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작품을 14억대에,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을8억원대에, 우고 론디노네의 대형 페인팅 작품을 3억원대에 판매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지속되는 미술시장의 열기 속에서 솔로 부스에서 선보인 신진작가 이희준부터 메인부스에서 소개된 유영국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에 대한 여러 연령대의 컬렉터들의 폭넓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희 아트쇼부산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유입된 MZ 세대의 미술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컬렉터들의 구매 열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