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자의 속엣팅
[프롤로그]블록체인기부앱 ‘체리’를 만든 이수정 대표는 ‘기부’에 ‘아트’를 접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동전이 세계여행을 하고 기부 상자에 도착하는 콘셉트의 작품 ‘코인맨’을 만든 미디어 아티스트 김일동 작가와 의기투합했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각각 블록체인 전문가와 NFT(대체불가능토큰) 전문가로 출연했다가 이 대표가 김 작가의 ‘코인맨’에 꽂혔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웹툰으로 ‘세계 1위’까지 한 만화가이자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인데요. 그런 그가 어쩌다 NFT 전문가가 된 걸까요.
몇백억 포기하고 '기부앱' 만들었다…신애라에 포섭된 그녀
“뒤통수 치는 이야기로 관객 멈춰세워야”
용어사전 대체 불가능 토큰(NFT)
고유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의 한 형태. 최초 발행자와 소유권, 판매 이력 등 관련 정보가 블록체인에 모두 등록되어 있어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최근 디지털 예술품이나 온라인 스포츠, 게임 등 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
이 작품을 포함한 ‘108 달마도’ 시리즈는 “정신(달마)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주제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09년 첫 개인전에서 공개했다. 한 갤러리에서 갑자기 취소된 개인전을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주일 만에 연 전시회였다. 이후 경남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유수의 전시회 초청을 받았다. “만화는 조회 수 안 나오면 끝이거든요. 흥미로운 걸 그리고 싶었어요. 달마가 맥도날드 먹으면 신기하잖아요. 관객은 뒤통수 치는 이야기에 끌리죠. 달마가 코카콜라 마시고, 아이폰 보는 것처럼요. 관객이 작품 앞에서 멈추고 생각하도록 해줘야죠.”
“미쳤다” 들으며 캠페인 아트부터 강연, 영화까지
그는 미술계의 ‘이단아’였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붓과 종이는 쓰지 않고 컴퓨터로 작업했다. 재료를 사고 작업실까지 마련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다. 주변에선 그를 두고 “붓으로 못 그린다”고 수군댔다. 그래서 보란 듯이 붓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시공상상도’ 시리즈를 내놨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제도 속에 갇힌 모습들이다. 그중 ‘행복한 부엉이’는 끝없이 줄 선 흰색 샐러리맨들이 부엉이가 눈물과 원두로 내려준 커피를 받아마시고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현대인의 기계적인 삶을 담았다. 이 시리즈를 소개해달라는 한 기업인의 부탁으로 시작한 강연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비난에도 100회 넘게 진행된 아트 콘서트가 됐다.
영화를 만들 때도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2019년 제작한 단편영화 ‘그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해외 지역영화제 7곳에서 노미네이트되고 노이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을 보고 “영화와 예술을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해 2년간 연기를 배운 끝에 제작한 첫 영화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는 20개가 넘는다. 두 번째 영화도 곧 개봉할 예정이다. 그의 “마스터 플랜”은 세계적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던 젊은 작가의 무인도 표류기를 그린 영화 ‘마이랜드’다. 영화 속 작품과 배경을 재현해 섬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그가 20년 전 그린 웹툰 ‘까뱅’은 대사가 없다.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꿈은 여전히 “예술로 세계 정복”이다. “제 무기는 아이디어에요. NFT도, 영화도 미술 작품을 위한 도구이자 과정이죠. 우리나라도 언젠간 테이트 모던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슈퍼스타 아티스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