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尹 “이제 수사 벗어나야”
그간 윤 당선인은 20년 가까이 피의자를 수사한 한 후보자가 현 정권에서 채널A 사건으로 피의선상에 서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데 대한 마음의 빚을 주변에 자주 토로했다. 전날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이나 “글로벌 스탠다드”,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 현대화” 등을 직접 강조한 것 역시 더 이상 ‘수사’의 틀에 한 후보자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 후보자는 지난 6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법무부장관 후보가 됐다. 이날 인수위에서는“이미 지난 10일 1차 인선 발표 때 법무부장관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주장을 키우면서 발표 시기가 뒤로 밀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청문회 걱정 안 해”…강행 기류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한 것과 관련해 해당 기능까지 한 후보자가 법무부에서 도맡을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돼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오랜 기간 윤 당선인 ‘복심’이던 그가 법무·검찰·민정을 넘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권한이 수사·기소권에 한정된 반면, 법무부장관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힘을 받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슈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한 후보자는 2009년 상사법무과 근무 시절 회사법 개정 업무를 도맡았다”라면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나 출입국·난민·외국인 업무 역시 법무부 소관이라 한 후보자가 경제·외교 이슈에서도 주축을 담당할 명분이 없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통일법제과가 대북 관계에서, 국제형사과가 사이버·안보 이슈에서 각각 통일부·국정원 등과 긴밀히 협업하기도 한다.
‘왕차관’ 넘는 ‘왕장관’될까
반면 민주당에서는 MB 정부 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왕(王)차관’으로 불렸던 것처럼, 한 후보자가 이른바 ‘왕장관’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은 그냥 장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왕장관’이자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법무부 장관”이라고 적었다.
지난 2020년 7월 한 후보자가 사석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향해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다”고 말한 걸 두고 “한동훈, 고귀한 검사장에서 일개 장관으로 간다”(김용민 민주당 의원)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한 이날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남부지검 초임검사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취임하게 되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살펴보겠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