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만4300명, 팔로잉중인 사람 265명. 여느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계정이 아니다. 한 달 뒤면 공식 ‘영부인’ 직함을 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4일 개인 인스타 계정을 공개로 전환했다. 2015~2019년 차곡차곡 올린 게시물이 653건에 달한다. 그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활동 내용이 대부분으로, 김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각계 명사 수십명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스타 속 김씨의 모습은 일에 몰두한 전시기획자다. 4년 6개월에 걸쳐 올린 전체 게시물 중 95% 이상이 전시·공연 관련 피드고, 사생활은 반려견·반려묘 사진이 전부다. 그마저에도 “건축을 이해하는 강아지”(2017년 4월 27일), “사무실 근무견”(2016년 7월 5일) 등 일터 관련 단상이 적혀있다. 모든 게시물에 ‘#코바나컨텐츠’, ‘#공연스타그램’, ‘전시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빼놓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김씨는 앞서 ‘점핑위드러브전’(2013~2014), ‘마크 로스코전’(2015),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2016~2017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2017~2018), ‘혁명, 그 위대한 고통전’(2019년) 등을 기획했다. 전시가 진행될 때마다 전시장을 방문한 각계 인사들의 사진을 직접 찍거나 받아 인스타에 차곡차곡 올렸다.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뛰어든 모습이다.
인스타 계정을 살펴보면 배우 유지태, 이영애씨와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씨가 두 번 이상의 전시에서 김씨를 응원하고 함께 활동했다. 가수 장혜진, 뮤지컬배우 남경주씨도 특별 공연, 오디오 해설 녹음 등으로 김씨의 사업을 도왔다. 최불암·안성기·고두심·배종옥·정보석·유준상·이광기 등 중견 배우들이 전시장을 방문한 모습도 보인다.
김씨는 영화계 거장으로 꼽히는 임권택 감독과 고(故) 김기덕 감독, 패션계 거목인 이상봉, 고(故) 하용수 디자이너가 전시장을 찾아 관람한 모습을 챙겨 업로드했다. 가수 조영남·김현철·하림(본명 최현우)·빈지노(본명 임성빈)·황찬성(2pm), 개그맨 이경규·신동엽, 만화가 허영만·박재동, 과거 코바나컨텐츠 부사장을 맡았다는 김범수 아나운서 부부 모습 등도 담았다.
건축을 주제로 한 르코르뷔지에 전시 기간에는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사진을 공개했다. “인간이 가진 가능성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 나눴다”고 적은 해당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319개 달렸다. 승효상·양진석·민성진 등 대중에 잘 알려진 국내 건축가들과 소통한 흔적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김씨의 한 측근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오해를 딛고 김씨가 윤 당선인 취임식(5월 10일) 전까지 대중에 자신의 본모습을 조금씩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자연스럽게 올렸던 인스타 게시물들을 가감없이 공개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전했다.
정·관계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전시장을 두 번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순 전 총리,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시 관람 모습도 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과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은 자코메티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이 남아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도 두 차례(2017년 2월, 5월)에 걸쳐 인스타에 게시했다.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이던 2013년 전시장을 찾아 점프샷을 찍었다. 8일까지 올라온 게시물 653건 중 윤 당선인 사진은 없다.
예비 영부인 행보에 시동을 걸며 김씨가 새로 올린 사진은 이불 위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반려묘 세 마리 모습이었다. 8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김건희’ 명의로 텀블러 사용자에게 수상한 자체 제작한 상장 사진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