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핵사용 열어둔 핵보유법
북한은 2013년 4월 1일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이하 핵보유국법)라는 법령을 채택하면서 핵전략을 처음 공개했다. 10조로 구성된 법령은 북한의 핵무장 배경, 핵무기의 성격과 지휘통제권, 핵 교리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비핵국가에 대한 핵전략을 다룬 5조다. 5조는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면서도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아놨다. 대남 핵 사용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이다.
이와 관련,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저서 『비핵화와 정치』에서 "북한은 비핵국의 경우 핵국가와 연대해 북한을 침략하거나 공격할 경우에 한해 핵무기를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한다는 입장"이라며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핵 보유국과 연대할 경우 북한의 핵공격 대상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핵전쟁 연습" 혹은 "핵도발"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대북 군사행동을 핵 위협이나 핵 사용의 빌미로 삼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조치 등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 대한 '법적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2013년 3월 군 최고사령부 명의 성명으로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하면서 "실제적인 (대남) 군사적 행동은 우리의 자주권 수호를 위한 강력한 핵 선제 타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세적 핵전략 향하는 北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북한이 천명한 '핵 일차 불사용' 원칙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공포한 '대외용'"이라며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다양한 계기를 통해 핵무기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핵전투 무력이라는 표현과 관련,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무력을 고도화하면서 공세적인 핵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지전 수준에서 저위력(Low-yield) 핵무기와 같은 전술핵의 사용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하는 '대남 핵수단' 강화
실제 북한은 2016년 3월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노골적인 핵전쟁 도발로 간주된 이상 그에 따른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보다 선제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핵타격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를 복구한 뒤 소형 핵탄두 등 전술핵 실험을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실질적 활성화 등 핵우산 강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한 '맞불'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부 교체기를 노려 북한의 핵실험에 한‧미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얼마나 견고하게 대응할지 가늠해보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