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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입' 김여정 "핵전투무력"…한국에 핵 공격 위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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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 만에 또 대남 담화를 내놓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핵무력 사용까지 거론했다. 한국군의 선제타격 등을 전제조건으로 달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는 그가 한국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김여정은 5일 담화에서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김여정은 지난 3일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서욱 국방부 장관을 "쓰레기" "미친놈" 등으로 부른 막말 담화를 발표하며 190일만에 등판했는데, 이틀 뒤 또 이를 겨냥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도 "되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 서욱의 느닷없는 허세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군을 대표한다는 자가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선제타격을 운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단히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며 맹비난했다.

김여정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틀 전 담화에서는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만 했는데, 이날은 구체적으로 핵 사용을 꺼내들었다. "핵무력의 사명은 우선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것이 기본이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바뀐다"면서다.

또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핵 보유를 통해 비대칭적 전력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 한국을 향해 핵을 쏘겠다는 취지다.

특히 대남·대미 사업의 총책인 김여정이 직접 핵을 언급한 건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는 김여정의 담화를 북한 당국의 입장을 비중 있게 전달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이나 담화 발표 양상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여정이 '핵전쟁'이 아닌 '핵전투 무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유사시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극초음속·KN-23·KN-24·순항미사일 등 요격이 어려운 전술 기동 미사일을 개발해 왔는데, 여기에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전면전 성격의 핵전쟁이 아닌 국지전 수준에서 저위력(Low-yield) 핵무기와 같은 전술핵의 사용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며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면서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기습 도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여정의 말폭탄이 허세가 아닌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대응에 대한 우려도 크다.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음속 5배(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극초음속)나 변칙기동(KN-23·24), 저고도 기동(순항)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탐지 및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패트리엇(PAC-3 MSE)과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등 현재 한·미가 운용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로 완벽하게 방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위협적이다.

북한이 이처럼 연일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며 핵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만큼 핵을 억제할 수 있는 전력은 역시 핵밖에 없다는 원칙이 국내외에서 다시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를 선택지에서 제외한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활용해 북한의 핵을 막는 확장억제 강화가 핵심이다. 여기서 허점이 보인다면, 그 자체로 북한이 핵 사용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유인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한·미 관계를 챙겨야 하는 부담과 당위성이 더 커진 셈이다. 확장억제 강화는 윤 당선인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전현준 국민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윤 당선인도 힘을 통한 평화를 공언해 온 만큼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 간 협력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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