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보험사기
더욱이 이들은 해당 주사를 맞을 때마다 하루씩 C병원에 입원했다. 실손보험은 통원치료 1회당 20만~30만원까지 보장해준다. 이와 달리 입원치료는 보장 한도가 5000만원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부부는 이런 방식으로 매번 40만~80만원가량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와 B씨가 처방받은 비급여 주사제는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증상 개선과는 연관이 없는 고가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대형 손해보험사 D사가 영양제 주사 등 비급여 주사에 지난해 지급한 보험금은 1308억원으로 3년 전보다 283억원 증가했다.
영양제 주사가 만병통치약?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을 영양제 주사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서울 소재의 F내과의원은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장염, 감기 등으로 영양제 주사를 처방한 것처럼 꾸민 후, 미다졸람을 1회에 8만원가량을 받고 시술해줬다. 미다졸람에 중독된 환자가 주로 찾았는데 횟수가 가장 많은 장모씨는 842회나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병원에서 이렇게 나간 실손보험금만 1억4900만원이었다. 해당 병원 의사는 마약류 관리에 법률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다졸람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반드시 급여로 청구하고, 국가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수면유도제 영양제로 바꿔 보험금 청구
금융당국도 새는 실손보험금을 막기 위해 제도를 손질했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하는 4세대 실손보험은 영양공급, 피로해소, 노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와 비타민 주사 등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식약처 허가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 치료받은 경우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컨대 인후통으로 감초주사(교미노틴주)를 처방받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주지 않지만, 해당 주사의 효능인 피부질환 개선을 위해 시술받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