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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뒤쿵하고 9억…보험사기 알아도 돈 줄 수 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지경 보험사기 

경상남도 밀양시 일대에서 활동하던 ‘신동방파’ 행동대원인 20대 A씨 등 일당은 2020년 4월부터 보험사기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A씨는 지역 유흥업소 등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받는 돈이 주요 수입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흥업소 영업이 어려워지자 보험사기로 눈을 돌렸다.

조직폭력배 A씨 등은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들자 고의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1년 간 보험금 2억원 가량을 받아냈다. [연합뉴스]

조직폭력배 A씨 등은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들자 고의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1년 간 보험금 2억원 가량을 받아냈다. [연합뉴스]

A씨는 차량에 4~5명이 탑승한 뒤 ‘뒤쿵’이나 ‘보험빵’으로 불리는 고의 교통사고를 냈다.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이나 주ㆍ정차된 차량을 피해 중앙선 침범해 오는 차량 등이 대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차선을 바꿀 때 사고가 나면 변경 차량 운전자에게 과실 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점을 악용했다. 사고 후 A씨 일당은 한방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으며 합의금 명목으로 1인당 200만원가량을 뜯어냈다.

모텔 합숙 훈련·문신 과시해 압박 

또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가담할 이들은 지인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모집했다. 범행 전날에는 모텔에서 합숙하며 보험사기 방법과 사후 조치 등을 교육했다.

특히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울에도 문신을 과시하기 위해 반바지나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피해자 상당수가 고의사고가 의심되더라도 경찰 신고 대신 보험접수를 택한 이유다. 이들 일당은 SNS로 모집한 단순 가담자들에게는 합의금의 절반가량을 갈취했다. A씨 일당이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45차례 고의사고로 챙긴 보험금은 2억4000만원에 이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또 다른 전직 조폭의 제보로 A씨의 보험사기가 들통났다는 점이다. 전직 조폭이 삼성화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에 '요즘 젊은 조폭들이 밀양 일대에서 자동차 보험사기를 저지른다'고 제보한 것이다.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의정부경찰서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의정부경찰서

삼성화재 SIU는 이후 범행에 가담한 이들을 설득해 보험사기에 대한 자백을 받았다. 이후 SIU는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제보가 꼬리를 물었다. 주로 보험사기에 가담한 조폭이 다른 조직의 조폭을 제보하는 내용이었다.

중고 포르쉐 폐차처리로 9억원 챙겨 

조폭들의 제보로 경남 창원시 일대에서 보험사기를 저지르던 '황제파' 소속 조직원도 덜미를 잡혔다. 황제파의 중간급 간부 출신인 B씨가 벌인 보험사기는 신동방파 행동대원들보다 규모가 컸다. B씨는 부하 조폭들을 시켜 보호관찰을 받은 청소년을 동원하기도 했다.

B씨는 포르쉐 등 고가의 수입차를 중고로 사 고의사고를 낸 후 전손(폐차)처리를 하는 수법을 택했다. 중고 차량 구입액은 7000만~8000만원이지만, 보험사가 책정한 차량 보험가액은 1억원 이상인 걸 노렸다. 한 번 고의 사고를 내면 5000만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황제파가 보험사기로 뜯어낸 보험금은 약 9억원이었다.

마산시에서 활동하던 '북마산파' 출신 조직폭력배 고문인 C씨도 경찰수사로 잡혔다. 보험사기 전과가 있던 C씨는 차량 구입과 자동차 보험 가입은 부하 직원의 명의를 사용했다. 제삼자가 운전을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누구나 운전’ 특약에 가입한 후 C씨가 해당 차량을 운전해 단독사고를 내는 수법을 활용했다. 단독사고는 전봇대 등 다른 구조물과 부딪히는 사고로 보험사기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연령대별 보험사기 적발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령대별 보험사기 적발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찰은 지난해 11월 수사를 통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120여명을 보험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중 주범 격인 조폭 8명은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보험사기로 받아낸 보험금은 18억원 상당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데다 형량이 적다는 게 알려지며 조폭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며 “일부 조폭들은 단순 치료비가 아닌 거액의 후유장해 보상금 등을 받기 위해 신체 일부를 절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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