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회장은 당선인과 학연
실제 윤 당선인과 손 회장은 나이 차가 20년 이상 나지만,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재계 방문지로 경총 간담회를 가장 먼저 찾기도 했다. 손 회장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도 미술 전시회 등에서 만나 안면을 익혔다는 말이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인 중에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 드물다”며 “윤 당선인과 손 회장이 옛날부터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가 된 후 각종 행사에서 만나면서 친분이 생긴 걸로 안다”고 말했다.
마침 경총은 영향력 확대를 꾸준히 노려왔다. 손 회장은 지난달 연 기자 간담회에서 경총과 전경련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두 개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둘이 힘을 합치면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고,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한국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꾸려가는 단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에도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저지하는 데 연이어 실패하자 통합론을 꺼내 들었고, “내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텐데 각종 현안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경련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경총에 대해 “전경련 내 고용 업무 담당 부서였다가 1970년 떨어져 나와 노사 관계 전담 사용자 단체로 설립된 아우 단체”라는 생각이 여전해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11일 “경총으로부터 (통합 관련) 공식적인 오퍼(제안)도 없었기 때문에 검토할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전경련 패싱’ 끝날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전경련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년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허창수 회장과 전통 관료 출신인 권태신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새 정부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전경련은 탈퇴한 4대 그룹의 재가입에 힘을 기울이고 부회장단에 2∼3세대와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를 합류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실제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부회장으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11일 “인수위에서 차기 정부 정책 방향이 결정되니 자체적으로도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에 정책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대한상의 영향력은 유지?
대한상의는 조만간 기자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 회장의 취임 1주년이 다가오기도 해서 조만간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24일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행사를 주도한 박용만 전임 대한상의 회장에 이어,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연장자인 최 회장(1960년생)이 취임하면서 대한상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게 경영계 안팎의 평가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경제단체들이 당선인이나 새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