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항명. 군에서, 특히 전쟁 중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보회사 섀도브레이크(ShadowBreak)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내에서 오간 무선 통신 도청본을 입수해 분석했다. 도청된 녹음 파일은 총 24시간 분량이며, 텔레그래프를 통해 이 중 일부만 공개됐다.
두번째 파일에는 전투 중에 병사가 울먹이는 소리가 담겼다, 마지막 파일에는 보급품과 연료를 요구하던 병사가 러시아어로 욕설을 내뱉는 게 녹음됐다. 해당 병사는 “여기 온지 지금 사흘째야! 대체 언제 준비가 되는 거냐고!”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분명한 것은 러시아군의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점”이라며 “서로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총을 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텔레그래프를 통해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러시아군의 혼란상뿐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 포격을 군 지휘부 차원에서 지시한 ‘전쟁 범죄의 증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판단은 미국 국방부도 내놨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일부 러시아군이 사기 저하와 연료·식량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투를 피하기 위해 싸우지도 않고 대규모로 항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당수 러시아군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린 징집병”이라며 “전선에 도착하기 싫어 의도적으로 차량 연료탱크에 구멍을 뚫는 병사도 있다”고 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