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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사서 간다"…前군인·개그맨까지, 우크라에 뜬 '외인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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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중앙역에서 이동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로이터=연합뉴스]

키예프 중앙역에서 이동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며 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위해 참전하겠다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민의 자발적 참전을 전면 허용하며 동맹군 없이 홀로 러시아 대군과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탰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세계 각국에서 특수부대·참전용사·소방관 출신 베테랑을 포함해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까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대러시아 전투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외 거주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외국인들로,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비로 무기를 구입하고 여행 경비를 마련해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젤렌스키 “함께 싸워달라” 호소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세계 수호에 동참하고 싶다면 우크라이나에 와서 러시아 전범과 맞서 싸워달라”며 국제 여단 창설과 의용군 모집 사실을 알렸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와 세계 질서 수호에 함께 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참전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가디언은 “주권 국가가 외국인의 참전을 호소한 것은 현대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1936년 스페인 내전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는 파시즘 성향의 프랑코 군대에 맞선 공화파 인민정부를 돕기 위해 전 세계 53개국에서 3만5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전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달 27일 세계인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와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달 27일 세계인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와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AFP=연합뉴스]

특수부대 출신 베테랑 부대 우크라 투입

국제 의용군 모집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소셜미디어에 “수천명이 우크라이나 참전을 자원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캐나다 출신 퇴역 군인이자 전직 소방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자신의 오토바이를 1만1000달러(1300만원)에 처분했다. 캐나다 코미디언인 앤서니 워커는 “나는 우크라이나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인간이다”라며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 공군 퇴역 군인은 “설령 그곳에서 죽더라도, 내가 믿는 대의를 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를 팔아 무기와 우크라이나행 비행기표를 살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한 캐나다 코미디언 앤서니 워커.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한 캐나다 코미디언 앤서니 워커. [트위터 캡처]

일부는 부대 단위로 국제 의용군 합류 의사를 밝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지난달 28일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베테랑 부대가 폴란드에 모여 우크라이나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 6명, 영국인 3명, 독일인 1명으로 이뤄진 이 부대는 나토군 훈련을 받았고, 근접 전투 및 대테러 경험도 있다. 두 명의 전직 미군 장교도 부대의 리더로 합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영국·덴마크·라트비아 자국민 참전 허용

유럽 여러 나라는 자국민의 대러 전쟁 참여를 지지하고 출국을 허용했다. 라트비아 의회는 지난달 28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허용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영국과 덴마크도 자국내 우크라이나인은 물론, 자국민이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할 수 있게 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이 전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며, 결정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분쟁 해결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참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국제 의용군 지원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일까지 일본인 70여 명이 우크라이나 참전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원자 전부가 남성이며, 이중 50여 명은 전직 자위대원, 2명은 과거 프랑스 외인 부대 소속이었다고 전했다. 한 자원자는 “우크라이나 젊은이가 죽을 정도라면, 내가 싸우겠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원자를 실제 의용군으로 파견할지는 일본 정부와 조율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전례없는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군사적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상호방위조약 등 미군의 자동 참전을 약속한 장치가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가입하지 않아 NATO군 역시 나설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도울 방법은 6·25전쟁 때처럼 유엔군을 구성하는 것뿐인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나선 만큼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조차 쉽지 않다. 러시아 대군에 더해 벨라루스 참전 가능성마저 예고된 상황에서 ‘나홀로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외국인의 자발적 참전을 호소하는 게 아군을 확보할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한편 일각에선 극우주의자들이 전투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우크라니아 지원을 빙자해 현지에 섞여들어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가디언은 “극단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뒤 고국에 돌아가면 지역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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