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22 겨울올림픽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국제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초반부터 고전했다. 박장혁(24·스포츠토토)과 최민정(24·성남시청)이 빙질 탓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1000m 준결승에선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실격됐다. 이 세 종목이 끝날 때까지 ‘노메달’이었다. 월드컵 랭킹 1위로 금메달이 기대됐던 ‘배추 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0.01초 뒤져 8강에서 탈락했다.
16일 여자 1500m 결승에선 경기장 전광판에 남은 바퀴 수가 표시되지 않아 최민정이 항의하기도 했다. 설상 경기장의 부실, 대회 운영 미숙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 ‘세계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대륙의 체전’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팬데믹 시대, 열강의 한 축인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은 혼란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1000m 은메달, 3000m 계주 은메달, 1500m 금메달로 최다 메달의 주인공이 된 최민정은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려고 선수들이 뭉쳤다. 국민 여러분도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했다. 강한 의지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곽윤기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대회 전 16만 명에서 올림픽 기간 100만 명을 넘어섰다. 곽윤기는 “구독자가 늘어나는 걸 보니 많은 분이 응원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금메달만 바라보고 왔는데 (우승에) 도달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힘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알파인스키 소피아 고지아(30·이탈리아)는 개막 3주 전 치른 경기에서 크게 넘어졌다.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그의 올림픽 출전을 모두가 만류했다. 그러나 고지아는 15일 여자 활강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했기에 두려움을 이기고 모든 걸 쏟아냈다”고 말했다. 17일 끝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예림(19·수리고)은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9위에 올랐다. 6위 유영(18·수리고)과 함께 이 종목 최초로 한국 선수 2명이 톱10에 들었다. 4년 전 소아 당뇨병 진단을 받았던 헝가리 스노보드 대표인 카밀라 코즈바크(18)는 인슐린을 맞고 식이 조절을 하면서도 올림픽에 출전했다. 성적은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누구보다 큰 박수를 받았다.
‘함께하는 미래’라는 대회 슬로건을 앞장서 부정한 건 개최국 중국이었다. 그들이 ‘함께’하고픈 대상은 자국민과 일부 우방국으로 한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열린 올림픽 개회식은 조용했다. 코로나19 탓에 백신 접종을 마친 중국 내 체류자 2만 명만 베이징 국립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중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한 의혹이 불거졌고, 미국 등 서방 국가 대부분 정부 관계자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국가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했다. 개막식을 찾은 중국인들은 마치 다른 서방 국가들에 항의라도 하듯 러시아 선수단만 노골적으로 환대했다.
‘한복 동북공정’ 논란도 불거졌다. 오성홍기를 맞잡고 행진하는 퍼포먼스에 전통 한복 차림을 한 여성이 참여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 현장에서 중국의 문화공정이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귀를 닫은 것 같았다. 그저 자국민의 애국주의를 고양하는 데만 집중했다. 육성 응원이 금지된 경기장 내에서 중국인 특유의 ‘짜요(힘내라)’라는 외침이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