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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서 ‘왕따 주행 논란’ 김보름, 4년 전 아픔 씻고 달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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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호 02면

베이징 2022 겨울올림픽 

김보름

김보름

4년 전의 아픔은 이제 씻어냈다. 김보름(29·강원도청·사진)이 세 번째 올림픽에서 힘찬 레이스를 준비한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에게 주어진 딱 한 번의 기회다. 김보름은 “어머니가 ‘한 명이라도 너를 응원하면 달려야 한다. 내가 응원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보름은 중2 때 빙상을 시작했다. 같은 대구 출신인 2006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가 롤모델이었다.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신의 한 수’였다. 2014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고,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큰 경험을 쌓았다. 이후 쇼트트랙과 비슷하게 순위를 가리는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보름은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메달을 따내며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평창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메달이란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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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돌아온 건 박수가 아닌 싸늘한 시선이었다.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 때문이었다. 앞서 열린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동료 노선영을 일부러 뒤처지게 했다는 오해를 샀다. 대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의도적인 왕따는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미 비난의 화살은 김보름을 향한 뒤였다. 김보름은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힘들어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금빛 머리’도 하지 않았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이겨내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맸지만 쉽진 않았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 감각이 떨어지는 바람에 올 시즌엔 매스스타트 월드컵 랭킹 8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출전권도 매스스타트 밖에 따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일 베이징에 입성해 보름 넘게 경기를 준비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보름은 “선배 노선영에게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욕설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노선영이 폭언,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보름은 위자료를 기부하기로 했다.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4년 전 울고있던 사진을 올리며 “2018년 2월 24일. 내 몸은 내가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됐다”고 적었다. 4년 전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이번엔 김보름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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