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판’에서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로 꼽히는 한 유튜버가 지난 10일 올린 동영상은 이 같은 말로 시작한다.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코 성형수술 상담을 갔는데 의사가 ○○ 코가 점점 쳐지고 실리콘이 비치니 너무 화려하게 하면 ○○처럼 된다는 말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읽었다. ‘○○코처럼 성형하면 안 되는 이유ㄷㄷ’라는 이름의 해당 동영상은 공개 하루만인 11일 유튜브에서 4만5000여회 넘게 재생됐다. 여기에는 “○○ 코는 일반인에게 무리지” “○○ 코 잘 된 건 사실” 등과 같은 댓글이 우수수 달렸다.
[이슈추적]
이슈에 부리나케 달려가는 ‘사이버 렉카’
사이버 렉카는 최근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알려진 프로배구 삼성화재 김인혁(27)과 인터넷방송 BJ 잼미(27·본명 조장미)의 죽음 배경과 사이버 렉카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공감을 얻으면서다. 조회 수를 노리고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차별·혐오 등에 기반을 둔 동영상을 만들어 특정인에 대한 루머나 악플을 확산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잼미 사망 원흉 처벌” 靑 청원 17만
‘사이버 렉카’만큼 이들에게 판을 깔아준 유튜브 측도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잼미 사망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유튜브도_공범’이라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갔다. “‘사이버 렉카’를 계속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7일 “유튜브는 명예훼손과 모욕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트가 업로드되고 유통될 수 있게 방치했으며, 신고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냈다.
“통제 불능…강력한 법으로 처벌해야”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 규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사이버 렉카’ 등이 한 건이라도 걸리면 강력한 처벌로 ‘누구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