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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소용없다…김인혁도 BJ잼미도 죽인 '신종 전염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악플러들, 너희들은 살인자야. 이젠 참지 못하겠다.”

방송인 홍석천씨가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프로배구 선수 고(故) 김인혁씨를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누리꾼들로부터 ‘악플(악성 댓글)’을 받은 데 대한 반응이다. 김씨 또한 악플 피해를 호소했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던 인터넷 방송 진행자 ‘BJ잼미(본명 조장미)’도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플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 주장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악플 호소 후 비보 잇따라…‘실명제 도입’ 주장

김씨와 조씨 모두 앞서 SNS 등을 통해서 악플로 받은 고통을 호소해왔다. 이들의 비보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분노 어린 반응도 치솟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씨 사건을 언급하며 악플 자제 및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5일 게시된 해당 글은 이틀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동의 20만명 이상)의 절반을 충족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포털사이트 및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재차 나온다. 특정 채팅이나 댓글 등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는 자가 실제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본인 확인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방송인 홍석천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악플(악성 댓글) 일부. [사진 홍석천씨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홍석천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악플(악성 댓글) 일부. [사진 홍석천씨 인스타그램 캡처]

헌재는 위헌 결정…준(準)실명제는 국회 계류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어긋난다는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악플 게시가 표현의 자유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도 짚었다.

그런데도 악플 문제가 끊이지 않자 21대 국회에선 준(準)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특정 조건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물·댓글을 올리는 이용자의 아이디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개정안은 댓글 작성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자는 목적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실명제와 사실상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지적받으면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엄정한 처벌을 통해 악플을 근절하자는 주장도 해외 서버 IP(Internet Protocol) 추적 및 피의자·피해자 신원 특정이 어렵다는 등의 한계점이 거론된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 'BJ잼미'의 삼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BJ잼미 트위치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방송 진행자 'BJ잼미'의 삼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BJ잼미 트위치 커뮤니티 캡처]

“악플, 전염병化…교육 통한 인식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준실명제가 사안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악플의 이유라 말하는 것은 사안을 안일하게 보는 것으로, 복잡한 악덕(惡德)의 이유를 익명성 하나로 규정짓는 것”이라고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非)대면이 활성화됐고,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악플 자체를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관련 법령이 아닌 교육을 통해서 시민의 인식 변화를 도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선플(선한 댓글)’ 운동을 주도하는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는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악플이 가진 위험성을 스스로 인지하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 된다”며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악플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이 됐고, 그 백신은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악플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에서 인용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에서도 하급심에서 중한 양형을 부과하는 판결을 통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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