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얼굴’ 바꾼 두산, 또다른 사정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2022.01.03 17:22

수정 2022.01.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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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새 CI. [사진 두산]

 
두산그룹이 3일 새 기업아이덴티티(CI)를 공개했다. 1996년 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아 발표했던 기존 CI를 26년 만에 바꾼 것이다. 세 개의 네모 꼴로 이뤄진 일명 ‘3색 블록(쓰리 스퀘어)’이 사라지고, ‘인데버 블루(Endeavour Blue)’라고 이름 붙인 파란색을 썼다. ‘인데버’는 노력, 분투라는 뜻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올해 창업 126주년을 맞는 제일 오래된 기업이지만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두산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혁신 의지가 반영됐다”며 “과거 틀을 벗어나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존 CI에 있던 3색 블록은 단순한 모양이 아니었다. 두산이 과거 담당했던 사업 영역을 의미했다. 1996년 5월 29일자 중앙일보는 “두산은…(중략) 새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에 제정된 새 CI는 정보유통, 생활문화, 기술소재 등 3개의 주력 기업군을 상징하기 위해 3개의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두산은 당시 OB맥주 등 식음료와 유통 등까지 사업 영역이 뻗어 있었다.  
 

1996년 두산 CI의 의미를 다룬 기사. [1996년 5월 29일자 중앙일보 캡처]

두산그룹 옛 CI. [사진 두산]

 
하지만 현재는 에너지, 중장비, 중공업 등이 주력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자”며 수소연료전지, 트라이젠, 수소터빈 등 수소 사업을 비롯해 협동로봇, 수소드론, 물류 자동화 솔루션 등 두산의 새로운 비즈니스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다. 두산은 2020년 6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모트롤BG(4530억원),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6986억원),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8500억원) 등 우량자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두산 측은 올 상반기중 재무약정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CI 변경은 여러 매각이 일단락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CI 작업은 두산 내부 브랜드팀에서 담당했다고 한다. 두산 관계자는 새 CI 색상에 대해 “인간적이면서 신뢰를 주는 색상이어서 사람과 세상을 향해 따뜻함을 지닌 두산의 모습을 표현한다”며 “새로운 일을 힘껏 노력해서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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