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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동유럽 원전 수주만이 답? 기다려, 더 보여줄 게 많다고

중앙일보

입력

이 기업은 사실 앤츠랩 초기부터 다루고 싶었지만, 구조조정 성공 여부가 워낙 예측불가 영역인지라 미뤄왔습니다. (그 사이 주가 급등하고 '두슬라' 됨) 다행히 이제 구조조정은 9부능선을 넘은 듯! 마침 게시판에도 독자 두 분(pko***@korea.com, happy****88@gmail.com)이 제안해주셨네요.(아마도 요즘 주가가 주춤해서?) 두산중공업입니다.

부산 신고리1호기. 사진 두산중공업

부산 신고리1호기.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죠. 파란만장한 역사(1962년 설립된 현대양행을 전두환 신군부에 뺏긴 스토리)와 화려했던 시절(2007년 주가 15만원!), 그리고 바로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던 위기까지. 하지만 주가엔 앞으로의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과거 얘기는 패스.

두산중공업은 주로 발전설비를 제작·시공하는 기업입니다. 원자력·화력 발전소 핵심설비를 만듭니다. 원자로 주기기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 업체이죠.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도 세계 점유율 1위.

창원시 두산중공업에 있는 크레인. 연합뉴스

창원시 두산중공업에 있는 크레인. 연합뉴스

구조조정을 거치며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달라졌습니다. 두산밥캣·두산건설·두산퓨얼셀이 자회사이죠. 그룹의 생존을 위해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그룹에 팔았습니다.

연결매출로 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 두산중공업(42%)보다는 두산밥캣(44%) 비중이 더 큽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회사가 잘 나가도, 주가는 두산중공업 본체에 달렸죠. 결국 본업이 살아나느냐, 즉 수주가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중요!

2010년만 해도 두산중공업 수주물량의 70% 가까이가 원자력이었죠. 그러나 옛날 얘기... 해외와 국내 모두 원전 물량이 뚝 끊기면서 지금은 수주물량의 대부분이 석탄화력발전입니다. 이제 석탄화력발전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금융지원이 끊겨서(석탄금융 중단) 수주가 막힐 상황. 그야말로 보릿고개입니다.

하지만 긴 터널에도 끝은 있는 법. 원전부터 볼까요. 한국(두산중공업을 포함한 ‘팀코리아’)은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해외 수주가 전무했는데요. 지금 동유럽(체코, 폴란드)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는 중입니다!

UAE 바라카원전. 오른쪽은 1호기, 왼쪽은 2호기. 연합뉴스

UAE 바라카원전. 오른쪽은 1호기, 왼쪽은 2호기. 연합뉴스

수주 결과야 아직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건 전 세계적으로 원전 발주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00개 이상 프로젝트 발주가 나온다는 군요. IAEA가 지난 9월 2050년 원전 발전량 추정치를 10년 만에 처음 상향했을 정도입니다.

왜일까요. 결국 ‘탄소중립’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하는데, 태양광·풍력으로 전부 대체하긴 어려운 상황. 그럼 대안은? 원자력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 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으세요? 사실 십수년 전 MB정부가 ‘녹색성장’ 외칠 때부터 있던 논리입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그렇게 10년을 돌고 돌아 다시 원전이 주목 받는 거죠. 참, 세상사란.

그럼 이제 원전 수주만 목 빠지게 기다리자? 그건 아니죠. 두산중공업은 새로운 먹거리인 신사업 3종을 준비해왔습니다.

가스터빈=탄소중립 때문에 원전과 함께 뜨는 게 LNG(액화천연가스)복합발전입니다(LNG는 화석연료지만 저탄소 에너지원). 한국도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고 LNG발전소 24기를 신설한다는 계획인데요. LNG발전소의 심장은 발전용 가스터빈. 해외에서 100% 수입하던 이 가스터빈을 두산중공업이 2019년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가스터빈.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가스터빈.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국산 가스터빈(270MW급)이 들어갈 김포열병합발전소를 짓고 있는 중(2023년 준공 예정). 여기서 실증을 거쳐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건데요. ‘극일’이자 ‘기술 자립’이라니 국뽕이 차오르려 하지만, 워워~ 아직 해외 업체와 기술력 격차가 꽤 납니다. 그래서 지금은 380MW급 가스터빈 기술을 개발 중이죠.

해상풍력=풍력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이 대세라는 얘기는 이미 삼강엠앤티 편에서 드렸습니다. 두산중공업은 그 핵심인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한 국내업체 2곳 중 하나입니다(다른 하나는 유니슨). 다만 아직 5.56MW급을 상용화한 단계. 8MW급은 개발 중이죠.

두산중공업의 해양풍력터빈.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해양풍력터빈.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해외업체를 제치고 제주한림해상풍력단지 계약을 따냈죠. 와, 장하다~ 싶지만 알고 보면 국산화율을 따진 결과(국내업체에 유리). 해외 선두업체(베스타스 12MW급 상용화, 15MW 개발 중)와 기술 차이가 상당합니다. 국내는 몰라도 아직 해외시장 공략은 쉽지 않죠.

소형모듈원전(SMR)=요즘 핫하죠, SMR. 원전은 원전인데, 대형원전과 많~이 다릅니다. 발전용량도 작고(300MW, 대형원전은 1000~1500MW), 원자로 크기도 작아서 공장에서 미리 만들 수 있죠. 공사비용도 덜 들고, 건설기간도 짧고요. 냉각수 필요 없어서 해안가 아니어도 건설할 수 있고요(공기냉각). 무엇보다도 폭발·방사능 유출 같은 중대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특징(물론 환경단체 주장은 좀 다름).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원전모듈. 사진 뉴스케일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원전모듈. 사진 뉴스케일

지금 SMR 개발에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가 다 뛰어들면서 시장이 조만간 활짝 열릴 판인데요.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SMR전문업체 뉴스케일, 엑스에너지(X-energy)와 잇달아 손을 잡았습니다. 아마도 이들 기업에 SMR 주기기를 제작해 공급하게 될 겁니다(본격 수주는 내년쯤). 아직 SMR은 경제성 면에서 이슈가 있지만(너무 비싼데?) 탈탄소라는 큰 흐름을 타고 계속 갈 듯!

두산중공업 수주물량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산중공업 수주물량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눈치 채셨나요? 두산중공업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신사업들을 다수 펼치고 있습니다(너무 많아서 수소 얘기는 생략). 하지만 대체로 아직 본격 상용화 이전 단계이거나(가스터빈, SMR) 기술력 면에서 글로벌 톱이라 하기엔 부족한(해상풍력터빈) 게 큰 약점입니다. 한마디로 밥솥을 이제 막 앉혔는데, 이 밥이 맛있게 될지 어떨지는 좀더 두고 봐야 아는 단계.

하지만 주식투자라는 게 밥 거의다 돼서 뜸들일 때 가면 이미 늦겠죠.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건 두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탈석탄)’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에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큰 사이클이 왔다는 것. 한국 정부도 (정권 상관없이) 탈탄소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두산중공업이 필요하단 점이죠.
두산중공업을 위기로 몰았던 유동성 이슈는 마무리 단계. 지난해 국책은행에서 지원 받은 3조원 중 2.1조원은 상환했고, 조만간 두산건설 지분 매각으로 더 갚을 겁니다(건설경기 호황으로 부실 상징 두산건설이 다시 살아난 건 아이러니...). 잘하면 올해 안에 다 털어버릴 수 있단 관측도 있으니 적어도 재무구조 걱정은 덜었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해진 미래’는 온다

이 기사는 11월 1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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