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한복판에 '참이슬 카페'...올해 대박터질 K-상품은

중앙일보

입력 2022.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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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달 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는 ‘참이슬 카페’가 생겼다. 한국산 소주(진로 참이슬)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산 소주 수입액은 2017~2020년 연평균 46%씩 증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한류 열풍’ 영향이라며 소주를 ‘2022 인도네시아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2. 한국산 딸기가 이르면 올해 처음 호주에 선보인다. 한국의 첨단 온실 기업(그린플러스)이 지난해 ‘스마트팜(지능형 농장)’을 호주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올 상반기 딸기를 재배하는 첨단 온실을 시공할 예정이다. 한국산 딸기는 해외종보다 당도가 높아 ‘수출 효자’로 통하지만 호주는 뿌리가 있는 작물의 직접 수입을 금지해왔다. 호주는 전 국토의 49%가 농지인 농업 대국이면서도 기후 변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줄어 스마트팜 관련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열렸다.
 
KOTRA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지역별 진출 전략 관련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다. 이들 보고서엔 코로나19 장기화로 뚜렷해진 ‘가치소비’ ‘홈코노미(재택 경제 활동)’ ‘어그테크(첨단농업기술)’ 같은 트렌드도 담겼다. 새해에도 전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는 무역 역군들이 참조할 포인트를 모아봤다.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스마트팜 전경 및 딸기 농장 내부. [자료 KOTRA]

‘누드분양제’ 동남아, 고급 가구 수요↑

동남아에선 코로나19로 한국 가구와 가전·화장품·게임 기업에 또 다른 길이 열렸다. 우선 동남아에선 아파트 최초 분양 시 건설사가 골조만 제공하고 실내 인테리어는 소비자가 설계하는 ‘누드 분양제’가 많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고급 수입 가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공기청정기 수요도 늘었다. 동남아엔 농장 개간용 화재로 인한 유독성 연무인 헤이즈가 발생하거나 화석 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은 곳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베트남 내 공기청정기 판매가 전년 대비 8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백 기능이 있는 ‘톤업 선블록’ 수요도 늘었다.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로, 화장하는 대신 노화 방지 등 피부 관리에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2021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뷰티(미용제품) 소비 1위는 베트남(40%), 2위는 인도네시아(34.6%) 순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미용실에 덜 가면서 집에서 쓰는 가정용 염색약 판매도 급증했다.

KOTRA, '2021 동남아대양주 인기상품' 보고서 일부 발췌. [자료 KOTRA]

외출이 줄면서 집에서 즐기는 게임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게임 이용자는 일평균 1.56시간을 게임에 소비하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시간(한국 1.49시간)이다. 이종섭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은 “동남아대양주 지역은 젊은 인구 층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한류 확산 지속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그봇·농업용 드론도

최근 호주에선 기후 변화로 디지털 농업이 주목받으며 ‘어그테크’ 스타트업이 400개 이상으로 늘었다. 농업용 드론으로 넓은 농지를 관리하고 로봇(어그봇)으로 작물을 살포하고 해충과 잡초를 제거한다. 첨단 기기를 이용해 날씨 영향을 안 받고 적은 물로 작물을 생산하는 ‘수직농업’이 뜨고, 가축 체중과 목초지 연관성까지 연구하며 가축 폐사를 줄이는 어플리케이션(앱) 등도 있다.

작물을 살포하고 해충과 잡초를 제거하는 '어그봇'의 일종인 로봇. [사진 KOTRA '호주 스마트팜 시장동향 및 진출전략' 보고서 캡처]

이런 틈에 스마트팜 관련 한국 기업도 호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KOTRA 보고서는 한국 드론 제조업체, 로봇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멜버른 무역관에 따르면 한국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현지 회사 직원은 “한국 건설재와 시공 기술이 많이 알려져 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주는 농업과 관련해 해외에 문을 열고 있어 영주권 취득까지 가능한 농업 비자를 최근 신설하기도 했다. 최규철 멜버른 무역관장은 “글로벌 기후변화로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산업”이라며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선 ‘가치소비’, ‘디지털뉴딜’도

유럽에선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가치소비란 본인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은 비싸도 소비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저렴하게 사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최근 유럽에선 코로나19로 지갑이 얇아지자 더 저렴한 제품을 찾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나 친환경 기업이 만든 제품은 가격이 높더라도 과감히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KOTRA, ‘유럽 소비재 유통시장 진출 가이드' 일부 발췌. [자료 KOTRA]

특히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되지 않은 고체 샴푸나 유리·나무·종이 등을 용기로 사용한 제품이 인기다. 오스트리아에선 ‘마이크로 드링크(Microdrink·식물성 원료만으로 구성된 발포비타민으로 물 섭취를 풍성하게 하는 제품)’ 제조사 ‘워터드랍’이 식물 성분을 사용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과 캔을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판매량이 크게 늘어 성공적인 친환경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식품 기업들은 ‘환경 점수제(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도입해 제품에 환경 점수를 표기할 예정이다.

KOTRA, ‘유럽 소비재 유통시장 진출 가이드' 일부 발췌. [자료 KOTRA]

이 밖에도 KOTRA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데이터 네트워크, 디지털 정부 등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가 늘어나 ‘한국판 디지털 뉴딜’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봤다. 김성수 KOTRA 디지털그린실장은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새로운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초기부터 글로벌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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