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한 고인은 다계통 위축증(소뇌 위축증) 등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폐렴과 봉와직염이 겹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저산소증과 저혈압 증세로 이날 오후 12시 45분 자택에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고인은 오후 1시 46분에 숨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면서 87년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인 ‘1노 3김’ 시대도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한민국 외교 무대를 전방위로 넓힌 ‘북방 외교’,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물태우’란 별명이 있을 만큼 탈권위의 싹을 틔운 건 고인의 공(功)이다.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감행한 12ㆍ12 신군부 쿠데타, 천문학적 액수의 통치 비자금 등은 고인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다.
1932년 12월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시절 정무2ㆍ체육부ㆍ내무부 장관과 제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6ㆍ29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했고, 그해 12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구호로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군정에서 문민정부 전환의 가교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씨, 아들 재헌씨가 있다. 소영씨와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고인의 사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