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번엔 ‘개 사과’ 사진 파문…“사과는 개나 주라고?”

중앙일보

입력 2021.10.23 00:24

수정 2021.10.2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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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반려견 토리에게 인도 사과를 건네는 사진(왼쪽)과 윤 전 총장이 돌잔치 때 사과를 잡고 있는 사진 등을 제시하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른바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에 ‘사과 사진’ 논란이 더해지면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냐”며 일제히 반발했고, 윤 전 총장 측은 “실무자의 실수”라며 머리를 숙였다. ‘전두환 공과’ 발언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은 윤 전 총장이 더욱 강력한 2차 충격에 휘청대고 있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선 “애초에 SNS는 캠프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며 ‘예견된 사고’라는 반응도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윤 전 총장의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토리스타그램’에는 “톨이(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 사과 좋아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누군가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는 모습이 잠시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대해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 입장을 밝힌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당내 경쟁 주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적 선거에 이어 개 사과까지, 갈 데까지 간 야당 경선”이라며 “이쯤 해서 밑천도 다 들통났으니 결단하시라”며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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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도 논평에서 “누가 봐도 사진의 의미와 의도는 명확했다.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라며 “손바닥의 ‘왕(王)’자는 해괴했고, 이번 사과 사진들은 기괴했다”고 비난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의 신보라 수석대변인은 “사과를 개에게 건네는 사진이 SNS에 걸린 시간 동안 국민이 느꼈을 깊은 절망감을 생각해 보라”며 “전두환 발언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줬음에도 후보나, 캠프나 진실한 반성이 없다.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는 글을 올렸다. 특정 대상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당내에선 윤 전 총장의 반려견 사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자기 낙선 운동하는 캠프는 처음” “개판이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라” 등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캠프는 입장문을 통해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며 “앞으로 캠프에선 인스타 게시물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게시하겠다. 아울러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도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인스타그램은 그냥 약간 재미를 가미한 것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이 쏟아지자 “사려 깊지 못했다”며 이내 머리를 숙였다. 현재 토리스타그램은 폐쇄된 상태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예견된 사고였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 윤 전 총장의 SNS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NS 운영은 윤 전 총장 배우자인 김건희씨 측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며 “캠프에서 SNS 협업이 필요할 때는 김씨 측에 연락해 일을 처리해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는 “SNS 계정 운영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논란이 된 사진 속 토리의 동공에 비친 인물들을 분석한 글도 나돌았다. 토리의 눈을 확대해 보면 한 여성이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고 있고 그 옆 의자엔 ‘쩍벌남’이 앉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가 논란이 된 사진을 직접 찍었고, 그 모습을 윤 전 총장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사진을 찍은 사람은 캠프 홍보팀에서 일하다 얼마 전 토리스타그램 전담 실무자가 된 여성”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 사진이 찍힌 시간도 지난 20일 밤 11시14분이고 촬영 장소는 윤 전 총장 자택 인근 사무실”이라며 “사진이 찍힌 날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토론회를 마친 뒤 자정이 넘어 귀가해 사진 촬영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명백한 증거”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두환 찬양 망언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6월 항쟁 이후 지금껏 쌓아온 가치를 뒤흔드는 망발”이라며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디 강아지에게 사과를 주면서 이런 식으로 국민을 조롱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렇게 막 나가진 않았는데 윤 전 총장은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가 없다”며 “최악의 검찰총장을 넘어 역대 최악의 정치인으로 각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선 패배 후 칩거 중인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국민을 향한 조롱인지, 세상에 대한 무감각인지 어이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은 이미 자격을 잃었다. 대선주자 행세를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은 “일베나 하는 행동으로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조직의 대장 노릇은 어울릴지 몰라도 민주사회의 지도자는 감당할 수 없는 사람임이 입증됐다. 대장 노릇 하고 싶으면 일베 대장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정의당도 윤 전 총장 비판에 가세했다. 심상정 대선후보는 “도대체 개는 무슨 죄가 있느냐. 스스로 ‘윤두환’이 되려는 윤 전 총장은 인성 컷오프부터 통과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민의힘도 ‘제2의 전두환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컷오프에 준하는 엄중한 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