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 운동가 안나 색(Anna Sacks)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찢어진 채 버려진 코치 가방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미국 댈러스의 한 쇼핑몰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이 가방들은 대부분 새 상품으로 일부러 자른 듯한 칼자국이 나 있다.
이를 두고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을 고의로 손상해 재고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틱톡에 게재된 이 영상은 현재 59만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브랜드 홈페이지엔 ‘수선’으로 순환 경제 지향
현재 패션 업계의 최대 화두는 ‘지속 가능성’이다. 중고 상품을 거래하거나 수선을 통해 제품의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하지만 진정성 있게 지속 가능성을 타진한다기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요즘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환경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코치의 이번 재고 파손 논란도 지속 가능성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패션 회사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많다.
넘치는 패션 재고, 환경엔 적
프랑스에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소각하거나 파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위 명품 회사의 재고 처리 방식은 늘 논란거리였다. 최고의 소재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가치 있는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던 회사들은, 재고의 가격을 낮춰 판매하거나 기부하면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총리실에 따르면 매년 프랑스에서만 약 8633억 원이 넘는 신제품이 소각 및 파괴되고 있다.
재고 재활용? 아예 재고 만들지 말아야
하지만 재고를 재활용해 판매까지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예 소각한 뒤 새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재고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재고품은 제각각이라 비슷한 디자인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해야 하는 기존 사업 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재고를 활용해 한정판으로 소량 제작해 판매할 순 있어도 많은 제품을 다양하게 팔 만큼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재고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재고를 만들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한다.
장남경 한세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재고를 쌓아놓고 처리하는 방식보다는 애초에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볼 때”라며 “기존 예측 기반 생산이 아니라 개인화 기술을 통해 실제 수요에 기반한 생산 방식으로 재고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