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질병관리청이 '대중음악 콘서트는 떼창으로 인한 비말 확산 우려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탓에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사실상 셧다운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음악인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다들 자영업자를 얘기하지만 일부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의 고통이 전면적으로 금지가 된 공연업계만 하겠습니까? 이미 공연시장 매출은 90% 감소했고 강제적인 공연취소와 연기로 추가 손실액까지 떠안았습니다. 지금 공연업계는 줄도산과 폐업으로 곡소리만 남아있는 지옥의 아수라장입니다.
모두 고통스러운데 고작 그런 취미생활 못 한다고 우는소리를 하냐고요? 누군가에게는 취미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생업입니다. 벌써 1년 반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일로 하루하루 버텨오고 있던 사람들은 정부의 근거는커녕 일관성도 없는 방역정책 탓에 버틸 수 있는 힘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정부 방역정책에 최대한 협조하며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왔지만, 돌아온 건 희망 고문 뿐이었습니다.
지난해 초 코로나 19가 발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정부의 거리 두기 지침에 대중음악 공연은 언급 자체가 없었습니다. 각 지자체는 자기들 멋대로 대관 자체를 불허하거나 공연일에 임박하여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클래식과 뮤지컬 등과 비교해도 너무 형평성이 어긋나 매뉴얼을 요청하면 오히려 그때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통해 대중음악 공연만 특정하여 불가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공정한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했더니, 재갈을 물리다니요? 뮤지컬·클래식·연극·국악 다 멀쩡하게 하고 있는데 왜 대중음악 공연만 못 해야 합니까? 정말 떼창이 문제라면 떼창만 금지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거 아닙니까?
애매모호한 규정이 야기한 형평성만 문제가 아닙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전면적 셧다운을 명령했다면 그 기간 동안 휴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했을 겁니다. 하지만 대비도 할 수 없게 거리 두기 2주를 무한정 계속 연장하지 않았습니까? 2주만 참으라면서 무한 연장한 것도 문제지만, 거꾸로 2주 뒤를 예측할 수 없었던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미래 대비가 불가능한 방역지침
정부 규정에 맞춰 공연준비를 한 후 관계부처에 허가를 요청하면, 권한이 없다며 그냥 지금 규정대로 하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공연 일정이 임박했을 때 부정적 언론 기사나 일부 민원이 발생하면 예고 없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떨어집니다. 이 모든 게 정확한 지침과 세칙 없이 ‘자세한 사항은 각 지자체 판단에 따른다’ 는 두리뭉실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항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준비한 공연이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으로 중단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공연을 준비한 측이 고스란히 져야 합니다.
티켓 배송수수료만 10억 손해 보기도
지난 6월 질병청이 발표한 거리 두기 규정에 따르면 공연장은 2~4단계에 걸쳐 회당 관객 수가 최대 4000명, 7월부터 5000명까지 가능합니다. 대중음악 공연과 다른 장르와의 차별을 없앤다는 내용도 강조했고요. 그러나 8월 9일 시행된 새로운 거리 두기 수칙에 대중음악공연을 정규 공연시설이 아닌 곳에서는 불가(현 4단계)라는 새로운 조항이 오히려 생겼습니다. 심지어 3단계에선 6㎡당 1명, 최대 2000명 제한이라니, 결국 대중음악 공연은 3단계가 되어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쇼핑시설은 단 한 번의 인원제한도 없었고, 심지어 대형 전파 사례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 문 닫았다가 영업을 재개합니다. 해수욕장·워터파크·공원 전부 이렇다 할 규제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야외공연장만 막는 건가요?
대형 공연장뿐 아니라 작은 공연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디밴드들이 공연을 하는 작은 클럽 등은 대부분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인기가 많아 큰 공연장을 채울 수 있는 뮤지션이든 인기가 없어 소규모 클럽에서 공연하는 뮤지션이든 대중음악은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공연은 지정 좌석이기 때문에 타 업종보다 동선 관리도 확실하고, 지금까지 벌어진 공연 중 단 한 건의 전파 사례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정도로 극단적인 탄압을 받아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저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할 만큼 해봤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음악을 시작하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뮤지션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입니다. 다른 젊은이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음악인들에게 20대의 2년이란 그 이후의 20년과도 같은 값비싼 시간입니다. 이 손해 본 인생을 책임지실 수 있으십니까?
논문 따로 정책 따로
솔직히 저는 위드 코로나 믿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정 청장님이 내놓은 논문에서는 학교 감염 사례는 전체 2.4%에 불과해 등교중지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등교 중지조치를 계속 시행하셨죠. 개인 논문에서는 분명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알리지 않으셨죠. 공연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대중음악 공연은 기획사 스스로가 시간 단위의 시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는 등 어느 분야보다도 높은 방역규칙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단 한건의 확진자 전파사례 없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중음악 공연. 단연코 안전합니다.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셧다운은 이제 거둬주십시오.
책임 있는 답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