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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일환이 저격한다

후배 위한 나훈아 희생, 신대철은 알면서 왜 탐욕으로 몰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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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다일 헤비메탈 록커 겸 유튜버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록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지난 7월 가수 나훈아의 4000석 공연 소식에 “후배들은 몇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는 마당에 절제하는 미덕을 갖춰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신대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심수봉이 불렀던 번안곡 '백만 송이 장미'와 지난해 나훈아가 낸 신곡 '테스 형'이 사실상 같은 노래라며, 표절 가수라는 비아냥까지 얹었다.
비판은 자유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황당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가 비판하던 당시 신대철 자신의 공연(플랫폼창동61에서 열리는 서울 블루스 페스티벌 가운데 '블루스파워'공연)도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 발언 여파로 자칫 페스티벌 전체가 좌초될 뻔 했다. 혼자 하는 공연이라면 또 모르겠다. 자칫하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다른 수많은 뮤지션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에 그런 손해를 감수해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결국 신대철 혼자만 공연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하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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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발언을 들은 후배 뮤지션들과 공연 관계자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후배 뮤지션을 내세워 나훈아를 비판했지만 사실 후배들이 코로나 19 시국에 공연을 취소하는 이유는 자제력과 인내심이 남달라서가 아니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이냐. 단순하다. 지금 공연을 하면 극심한 적자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디 뮤지션 공연은 애초에 대단한 수익을 노리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중 음악계에 가해진 코로나 19 방역 철퇴는 그 작은 수익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중음악 공연=떼창과 함성'이라는 공식만을 확고하게 뇌리에 새긴 정부의 방역담당자 탓에 뮤지컬·클래식 등은 공연, 대중음악은 공연 아닌 행사로 구분되어 지난해 거리 두기 초기부터 대중음악 공연은 100인 이하 집합금지가 적용되었다. 그 결과 대중음악 공연계 매출은 지난 1년간 90% 이상 감소했다.

지난 7월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예정됐던 가수 나훈아 콘서트가 취소됐다. 공연예정일 전날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인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7월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예정됐던 가수 나훈아 콘서트가 취소됐다. 공연예정일 전날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인 모습. 송봉근 기자

손해 불구 공연하려던 나훈아 

신대철은 마치 나훈아가 돈만 아는 추악한 노인이라는 식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나훈아 정도 되는 가수가 돈 때문에 이런 시기에 공연을 강행했다? 그 말에 동의하는 공연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신대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조차 말이다.

이번에 화제가 되었던 나훈아 공연은 4000석 규모였지만, 해당 공연장은 원래 1만2000석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였다. 공연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4000석과 1만2000석은 투입되는 돈의 자릿수가 달라진다. 1만2000석은 거의 대부분 상설 공연장이 아니므로 무대를 새롭게 세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예를 들어 300석 공연장의 대관료가 300만원이라면 1000석은 1500만원, 이런 식으로 껑충 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아무리 많이 팔아봐야 평소보다 표를 3분의 1밖에 못 파는데, 무슨 수익이 그렇게 대단히 나겠나.

나훈아 공연 모습. [사진 KBS 공연 중계]

나훈아 공연 모습. [사진 KBS 공연 중계]

나훈아가 공연을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그에게 딸린 수십 명의 스태프의 생계유지, 그리고 그러한 대규모 공연을 문제없이 성사시킴으로써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신대철 정도 되는 음악가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신대철의 나훈아 비난이 한몫해 나훈아 콘서트는 결국 취소되었고, 겨우 소생하려고 하는 공연계 역시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이런 사실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적을 했더니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영상을 내리면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영상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그는 나를 고소했다. 민사소송으로 꼼꼼하게 내 통장 압류까지 걸었다.

신대철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신대철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그가 만들고 지금 이사장으로 있는 바른 음원 협동조합(바음협)도 같은 맥락이다. 음원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고 음악인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거창하게 출범했지만 본인 취미생활만도 못한 소소한 음원 유통 서비스 말고는 한 것이 없다. 그는 특별한 절차없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한 이동연 플랫폼창동61(박 시장 시절 건립한 문화시설) 총예술감독 추천으로 음악 디렉터 자리를 받은 뒤,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바음협의 입주를 결정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설 입주를 위해 매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바음협은 최대 입주 기간 3년을 넘어 5년간 명목 없는 보조금을 받으며 상주하고 있다. 자본의 더러운 손아귀에서 음악인들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운 의로운 음악가는 결국 얼마 안되는 관의 보조금이나 타 먹으며 방구석에서 SNS 관변 메시지나 올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세상에 관변 로커가 웬 말인가? 기가 막혀서.

박원순의 시민단체 족벌화 작업의 작은 파편

신대철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여년간 벌여온 시민단체 족벌화 작업의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하다. 박원순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인지 10여년간 수많은 물밑 작업을 해왔다. 작은 시민단체들에는 공연한 사업을 벌여 공모를 통해 돈을 뿌리고, 굵직한 단체들엔 수십억을 들여 위탁사업 이름으로 연간 10억~20억 원가량을 돈을 살포했다. 그 돈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의 급여와 영수증처리로 탕진되었다. 그리고 선거마다 위력을 발휘한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신대철 또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한 바 있다.

생전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그는 세금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며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으로 활용했다. 공연예술계도 다르지 않았다. 연합뉴스

생전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그는 세금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며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으로 활용했다. 공연예술계도 다르지 않았다. 연합뉴스

신대철은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제대로 본 적도 없는 “후배들 사정”을 앞에 내세워 본인 의견을 말하는 습관이 있다. 의견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것 아닌가? 본인의 의견을 마치 모두의 의견인양 포장하는 것은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 중 가장 교활한 것임을 그는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신대철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후배 타령”의 반 만큼이라도 후배들을 실제로 챙겼다면 부실한 음원 유통 사업에 대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이 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칭 대변하고 있는 그 수많은 인디 뮤지션 중에 신대철이라는 인물을 실제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신대철 씨, 마지막으로 본 후배들 공연이 도대체 언제입니까?
지금 음악인들이 뭘 하면서 먹고 사는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보안요원, 대리운전, 막노동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공연관계자, 무명 음악인들의 삶이 어떤지 안다면 감히 그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지방의 무명 악사들은 코로나로 행사가 다 끊겨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알코올 폐인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나는 신대철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짐작은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맛집 탐방하던 황교익 같은 이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논란 이후 자진 철회)되는 것을 다들 보고 있지 않은가? 황교익의 최종 목적지가 경기관광공사였다면, 신대철의 다음 목적지는 2만 석 규모로 2024년 완공하는 서울 아레나였다. 그래도 황교익을 쓰려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채용규정을 미리 바꿔놓는 정도의 정성은 보였다. 그런데 신대철은 뭔가? 단순 추천만으로 자리를 꿰차고 앉아 관에서 만든 시설에 빨대를 꽂고 눌러앉아 있어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런 최소한의 수고조차 하지 않은 그와 그 주변의 안일함에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이 모든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어도 좋다. 나를 지지한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겠다”와 같은 전근대적인 방식이 대명천지에 통하는 세상. 이 장면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이미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에 걸려있다는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