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음원ㆍOTT, 이젠 ‘소셜 파티’로 즐긴다…SNS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5:24

수정 2021.09.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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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원엽

지난달 29일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가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는 파티룸 기능을 도입했다. 이달 4일엔 글로벌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다른 사용자와 플레이 리스트를 합칠 수 있는 '블랜드' 기능을 출시했다. 단순히 같이 듣기를 넘어, 콘텐트를 주제로 대화하고 관계 맺는 '소셜 콘텐트 경험'(Social Content Experience) 시장이 커지는 중. 그 배경을 살펴보니.  
  

왜 중요해?

● 코로나 이후 디지털 경험(Digital experience)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온라인 체류 시간은 2019년 주당 17.4시간에서 지난해 주당 20.1시간으로 급증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코로나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자, 콘텐트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으로 혼자 콘텐트를 즐기던 이들이 온라인 지인들과 같이 듣고, 같이 보며 소통하는 '파티(Party) 소비'를 시작했다.   
● 콘텐트 플랫폼은 이런 변화가 반갑다. 모일수록 힘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기 때문. 이전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SNS)에 음악 듣기 같은 특정 기능을 제공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젠 직접 사용자를 락인(Lock-in·묶어두기)할 수 있다. 
 

진짜 대세 맞아?

● 파티로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이 늘었다.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 왓챠가 4월 베타로 출시한 '왓챠파티'는 8월 말까지 누적 파티 수 55만개를 넘었고, 하루 평균 3900여 개의 파티에서 47만 개의 메시지가 오간다. '호러영화 좋아하면 모여라' 같은 방에 최대 2000명이 동시 입장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 왓챠 측은 "일부 사용자가 '채팅 기능 좀 넣어달라'고 요청해 시작했는데, 이젠 왓챠 파티가 전체 이용자 성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내년초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 해외에선 구글 크롬 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 형태로 나온 텔레파티(구 넷플릭스파티)가 지난해 3월 출시후 1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크롬 브라우저에 텔레파티를 설치한 사용자들끼리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훌루·HBO 등 OTT서비스를 함께 시청하고 채팅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스크리나도 같은 방식의 서비스(스크리나 와치파티)를 올해 1월 출시했다. 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 등 11개 OTT를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 스포티파이는 5명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는 ‘그룹 모드’와 음악 취향을 비교하고 합치는 '블렌딩' 등 소셜 리스닝 기능을 확대하는 중. 애플도 지난 6월 iOS 15 업데이트를 통해 페이스타임이나 그룹 통화 중 음악과 영상 콘텐트를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OTT서비스 왓챠가 서비스중인 '왓챠파티' 기능. 왓챠 캡쳐

원래 있었던 거 아냐?

● 게임·스포츠가 원조 : 롤드컵(LOL·리그 오브 레전드 글로벌 리그) 등 e스포츠 팬들이 함께 모여 경기를 즐긴 지는 오래됐다. 야구 팬들도 '편파중계'처럼 방송과 채팅을 결합한 콘텐트를 즐겨왔다. 게임에선 영상 중계 플랫폼 트위치와 음성 메신저 디스코드가 소셜에 특화된 곳으로 꼽힌다. 전 세계 2억 5000만명이 쓰는 디스코드는 전세계 10대들의 대세 SNS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음원·영상으로 확장 : 올해초 돌풍을 일으킨 소셜 오디오 '클럽하우스'가 소셜콘텐트 경험에 불을 붙였다. 네이버 바이브 관계자는 "클럽하우스가 크게 주목받은 후, 콘텐트 업계가 소셜 요소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며 "음악처럼 확실한 취향 기반 콘텐트가 있다면 소셜 플랫폼으로 확장도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지금?

코로나 효과 : 코로나가 장기화하며 ‘관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영화 시사회·공연 등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같이 보기'나 '같이 듣기'도 자연스러워졌다. 참여자 전원이 해당 서비스를 구독해야 ‘파티형 소비’가 가능하기에, 콘텐트 불법 유통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MZ가 원한다 :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는 MZ(밀레니얼·Z세대)가 원한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영화·예능·음악 등 취향 콘텐트를 중심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판을 만들고, 누구와도 소통하는 게 MZ의 소셜 방식"이라고 말했다. 콘텐트를 갖고 놀기 좋아하는 MZ 사이에서 소셜 콘텐트 경험 자체가 밈(meme·모방)이나 놀이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은 트위터에 '별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팔로워 약 52만)라는 계정을 만들고 '케이크 만들 때', '수학시험 볼 때'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며 과정을 즐겼다. 플랫폼(스포티파이)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이 지난 5월 만든 '별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Weird Spotify Playlists) 계정. 트위터 캡처

앞으로는?

● 소셜 경험은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공간) 트렌드를 타고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세계의 온라인 복사판 격인 메타버스에서 이미 영화 상영이나 팬 미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메타버스 속 회사로 출근도 하고 쇼핑이나 콘텐트 소비도 메타버스가 흡수하는 중.    
● 김광정 스크리나 대표는 "기존 SNS 강자였던 페이스북 등과 달리, 작지만 유대가 강한 커뮤니티가 콘텐트를 중심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웅 왓챠 이사는 "왓챠파티에는 최근 파티 주최자(호스트)가 음성으로 영상에 대한 의견을 추가하는 '코멘터리' 등 여러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며 "소셜 콘텐트 경험을 강화한 플랫폼들이 기존 SNS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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