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맞서는 동맹 전선 더 강해질 수 있어
그러면서 WP는 “단기적으론 탈레반의 빠른 진격으로 발생한 혼란이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주고 있지만, 카불의 붕괴도 (사이공 함락과) 비슷한 궤적을 따를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효율적 자원 재배치가 오히려 기존 동맹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WP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 외에도 이라크‧리비아‧시리아 등에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조용히 기뻐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의 전쟁 및 재건 비용으로 2조2610억달러(약 2700조원)를 투입했다.
독박 외교는 안 된다는 메시지
미국의 떠난 빈자리가 단순한 권력의 공백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젠 미국에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이 이기적인 요구로 보여야 한다”며 “아프간이라는 문제의 무게를 다른 나라들이 같이 들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철군 강행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긴장 속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고, 이들과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다투는 인도도 탈레반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그간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탈레반을 멀리하며 아프간 정부와만 대화를 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인도 정부 관리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비밀회동을 가진 상황이다.
러시아도 자미르 카불로프 러시아 아프간 특사가 “서양 국가들이 아프간 국민을 진짜 걱정한다면 아프간 자금 동결을 빨리 해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탈레반에 손을 내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달 28일 탈레반 서열 2위이자, 정치 분야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톈진에서 회담을 갖고 상호 내정간섭을 하지 않으며, 경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중산층을 위한 나라'가 핵심
앞서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을 통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긴밀한 관련될 경우로 집중한다는 ‘중산층의 이익을 위한 외교’를 천명했다.
다만 이번 철군 결정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미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1만5623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시행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 평가 48%, 부정정 평가가 49%로 취임 후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앞서는 현상)를 기록했다. 한때 60% 가까이 올랐던 그의 지지율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2주간 하락세를 거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