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아프간 난민 앞둔 유럽, '시리아 트라우마'
독일의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탈레반 공세 속에 피난길에 오른 아프간 난민은 이미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아프간 서쪽 국경을 넘어 이란을 거쳐 터키 동부로 가거나,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남동부로 건너가 터키로 가는 게 목표다. 이후 에게해를 통해 그리스나 이탈리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최종 목표지는 유럽이라는 의미다.
다음달 총선을 앞둔 독일과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프랑스는 아프간 난민 대책이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난민 포용'의 대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가운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2015년은 절대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이란·파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에 재정과 물류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아프간 난민이 유럽까지 오지 않고 인접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유럽이 아프간 몰락의 결과를 전부 떠안을 수는 없다"면서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했다.
아프간인의 유럽행(行)에 경로가 되는 국가들은 빗장부터 걸어 잠갔다. 그리스는 터키와의 국경에 40㎞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미칼리스 크리소코이디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장벽이 세워진 에브로스 일대를 둘러보며 "예상 가능한 충격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우리 국경은 침범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탈리아·스페인과 함께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관문이 되는 나라다.
미국 "제3국서 신원확인 거치고 들어와야"
이미 아프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천신만고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프간을 벗어난 이들의 앞날 역시 불투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난민은 곧바로 미국에 발을 들일 수 없고, 20여국에 분산될 수속센터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동맹국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유럽은 미국과 함께 아프간 20년 전쟁의 당사자로, 장기적으로 봐서는 아프간 난민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이미 이란·파키스탄 등 주변국이 난민 수용 포화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빗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유럽국가는 아프간 주둔 당시 자국에 도움을 줬던 아프간 현지인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도적 조치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자국민 반발을 고려해 대규모 난민 수용 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