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난민 20여국과 협력, 제3국 거쳐 미국행"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12:14

업데이트 2021.08.23 17:5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난민은 제3국에서 신원조회 및 보안 검사를 거친 뒤 미국에 입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난민은 제3국에서 신원조회 및 보안 검사를 거친 뒤 미국에 입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카불에서 미국으로 곧바로 들어오지 않고 제3국에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입국하게 된다고 말했다.

美, 카불서 대피시키는 아프간 난민
25개국으로 보내 보안검사 등 수속
바이든 "심사 통과해야 미국행" 강조
미국인 60% "대미 테러 위협 커졌다"

미군 철수 시한인 8월 31일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난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아프간인을 제3국으로 보내되 미국 땅에는 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카타르와 독일, 쿠웨이트, 스페인 등 걸프만과 중앙아시아, 유럽에 '수속 센터(processing station)를 설치키로 합의했다"면서 "피난민들은 (카불에서) 그곳으로 직행해 분류 및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난민, 20여개국 분산 수용 후 보안 검사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4대륙에서 24개국 이상(more than two dozen)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국무부가 아프간 난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협조를 얻어냈다고 발표한 20여 개국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아프간에서 대피하는 미국인과 아프간 난민은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터키,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르완다, 우간다 등으로 먼저 향하게 된다고 밝혔다.

당시 국무부 발표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고 미국 주요 동맹 가운데 일본, 호주, 뉴질랜드 역시 제외됐다. 우선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아프간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 위주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에 있는 미군 기지를 포함해 동맹 및 우방국과 폭넓게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 내 미군기지 역시 난민 수속이나 임시 수용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계속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환승센터(transit center)는 특별비자(SIV) 신청자와 그밖에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 및 가족이 미국이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등 최종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에 보안 검사와 신원 조회를 진행하고, 서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년간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이 탈레반으로부터 보복이나 처형을 당하지 않도록 미국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아프간 거주 미국인과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에 대한 대피를 시작하기도 전에 카불이 함락돼 탈레반 손에 넘어갔고, 미국은 탈레반과 협상하면서 구출 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따르면 "남은 일주일간 3만 명을 데려 나와야" 한다. 카불 국제공항에 마련된 임시 대사관에서 신원 확인과 보안 검사를 완료한 뒤 수송기에 태워 보내는 정상 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일단 제3국으로 보낸 뒤 나머지 절차를 진행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과 아프간에서 미국인과 난민 대피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과 아프간에서 미국인과 난민 대피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난민이 카불에서 미국으로 직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동맹과 우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연설 중간에 이 부분을 '요약정리'까지 하면서 거듭 강조했다.

"나는 이 세 가지를 명확히 하고 싶다. 첫째, 카불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는 미국으로 직항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있는 미군 기지와 환승 센터에 착륙한다. 둘째, 착륙하는 지점에서 미국 시민이나 합법적 영주권자가 아닌 모든 사람에 대해 철저한 보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 도착하는 사람은 모두 신원조회를 거친 사람이다. 셋째, 보안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지난 20년간 전쟁에서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을 미국에 있는 새 보금자리에서 환영할 것이다. 그게 바로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연설은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을 급히 데려오는 과정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험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아프간 철군 실책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자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국내용' 메시지로 볼 수 있다.

美 여론 "테러 위협 커져"…바이든 지지율 급락

이날 발표된 CBS방송과 유거브 조사에서 미국인의 60%는 '탈레반 집권으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 통역사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원은 9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공화당원은 76%만 동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당시 약 2500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을 수백명으로 줄이는 동안 미국인과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에 대한 대피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락세이던 지지율이 아프간 사태를 만나 급락했다.

CBS방송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수행 방식에 대한 지지율은 47%로, 미군 철수 자체에 대한 지지율(63%)에 훨씬 못 미쳤다.

아프간 사태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미국인들의 인식이 커졌다. 대통령으로서 바이든의 행동이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4월 56%에서 최근 47%로 떨어졌다.

'집중력 있다'는 평가는 같은 기간 56%에서 48%로, '효율적'이라는 평가는 55%에서 47%로 하락했다. 이 조사는 8월 18~20일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2.3%포인트다.

NBC방송의 지난 14~17일 조사에서 49%로 나타나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지난 16일 조사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낮은 46%를 기록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부가 아프간에서 진행한) 협력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많이 준 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이분들 중 한국으로 이주하기를 희망하는 분들도 있어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방법을 정부로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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