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피란민 수송에 민항기 투입…걸프·이라크전 이어 세번째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15:49

업데이트 2021.08.23 15:5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피란민 수송을 위해 주요 항공사에 협력을 공식 요청했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민간예비항공운항(CRAF) 1단계를 발동해 미 항공사들에 18대의 항공기를 수송 작전에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메리칸항공·아틀라스항공·델타항공·옴니항공은 각 3대씩, 하와이안항공은 2대 그리고 유나이티드항공이 4대의 항공기를 배정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공수작전을 계기로 1952년에 만들어진 CRAF는 항공사들이 전시 등 필요 상황에 군병력과 물자 동원에 참여하는 것을 합의한 미 국방부의 프로그램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CRAF 발동이 각 항공사의 상업적 비행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피란민 수송 작전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미국이 대피용 민항기를 군사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미 국방부가 민항기 투입을 결정한 것은 포화상태에 이른 미군기지의 피란민을 미국·유럽·아프리카 등의 정착지로 신속히 이동시켜 '병목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민항기가 아프간 수도 카불을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독일, 카타르, 바레인에 위치한 미군기지에서 미국 등 정착지로 대피하는 사람들을 수송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미국은 아프간 철수를 8월 31일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유일한 탈출구인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상황이 급속히 나빠졌다. 백악관 따르면 미군은 지난 21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3900명을 수송기를 통해 해외로 대피시켰다. 하루 5000~9000명을 국외로 대피시키려던 국방부의 계획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시한의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내 미국인과 동맹 국민을 철수하는 데 필요하다면 철군 시한 연장을 고려할 것"이라며 "군과 관련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시민들을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전하게 카불에서 빼내는 것"이라며 "아프간 카불에서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공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군의 경계 범위를 넓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간 정부가 11일 만에 탈레반에 함락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오스틴 미 국장방관은 이날 ABC방송 '디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11만에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는 데 수개월에서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예측과 달리 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탈레반에 투항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전개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계획의 적절성을 묻는 말에 "우리가 검토한 것과 계획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했다"며 "좋은 선택지가 없었고 모든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임 정부가 탈레반과 철군을 이미 합의했음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협상에서 올해 5월 1일까지 철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제한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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