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석의 면면면 ① 막국수
이유석의 면면면 ①막국수
그러던 중에, 마장동의 한 고기 브랜드 회사에서 요리 시연을 한 적이 있었다. 일을 끝내고 사람들과 함께 인근 답십리의 어느 막국숫집을 찾았는데 그때 먹은 막국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살짝 두꺼운 면발에 다소 투박한 느낌의 양념, 그리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염도 높은 시골식 무짠지와 보쌈의 조합은 가히 충격이었고, 돌아오는 내내 막국수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ㄷ’자 모양의 바(bar)를 갖춘 식당 구조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주 보고 앉은 손님들은 강원도에 고루 펼쳐져 있는 본인들의 단골집 막국수와 내 막국수를 친히 비교해주셨다, 심지어 “거기 가서 먹어보고 좀 배워와라”란 말을 듣고 막국수를 말 때의 심경은 정말 참담했다. 프렌치 셰프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요리사의 도전이라 손님들의 기대가 큰 것도 이유였겠지만, 막국수처럼 대중적인 음식은 평가의 잣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달았다.
잔뜩 오기가 생긴 나는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양념장은 보름 이상 숙성해서 쓰기로 했다. 통 메밀을 빻아 막국수의 면발에 넣어 살짝 거친 느낌을 주되, 면발은 아주 얇게 뽑았다. 씹을 때 거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국물은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하고 초계탕 느낌의 새콤달콤함을 가미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후 막국수에 대한 평가도 다행히 좋아졌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도 참 무더웠다. 육수와 면 삶는 해면기 앞에 서서 종일 땀 흘리는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사우나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주방 뒤쪽에는 갈아입을 속옷을 두세 벌 정도 항상 비치해뒀다. 땀을 그렇게 흘리는 이유는 무척 습한 주방 사정도 있었지만, 면을 얼음물에 빠는 것도 한몫했다.
올해 폭염은 3년 전 그 더위를 생각나게 한다. 게다가 코로나 19까지 2년째로 접어들었다. 어느 해보다 더 덥고 더 지치는 여름이다. 입맛 없는 요즘이라면,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으로 지친 하루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 인근 국숫집을 찾아도 좋고, 직접 만들어보는 하루가 되어도 좋다. 여름이라면, 막국수 한 그릇 정도는 먹어줘야 하니까 말이다.
집에서 만드는 이유석의 ‘막국수’ 레시피
재료
양념장 재료: 고운 고춧가루 3큰술, 사과식초 3큰술, 황태 가루 1작은술, 진간장 5큰술, 매실청 1큰술, 올리고당 2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옵션으로 소고기 맛 조미료 1작은술)
양념장 부재료: 배 50g, 양파 20g은 강판에 거칠게 갈아 놓는다, 마늘 2쪽은 곱게 갈거나 빻는다.
만드는 법
2. 삶은 다음 찬물에 헹군 면은 물기를 꼭 짜내어 그릇에 담는다. 면 위에 동치미 육수(시판용) 반 컵 분량을 붓는다.
3. 참기름을 반 큰술 정도 면에 뿌려서 면을 살짝 코팅해준다. 본인의 취향대로 양념장을 담아주고 고명으로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참기름은 1인분에 세 큰술 정도를 선호한다. 고명으로 삶은 달걀이나 오이, 배를 채 썰어 올려도 좋다.
▶셰프의 노하우
② 메밀면을 삶을 때는, 면에 살짝 소금 간을 하면 면 자체에 맛이 더 좋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시판용 곰탕 육수를 소량 섞어서 삶는 것을 선호하는데, 면이 더 구수해지는 효과를 준다.
③ 면의 익힘 정도는, 1~2인분 기준으로 한 가닥을 맛보았을 때, 살짝 쫄깃함이 남아 있으면서 전부 다 익은 정도가 좋다. 3인분 이상은, 면을 헹구는 시간과 담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살짝 덜 익히는 편이 좋다. 면을 헹굴 때는 미리 준비해 놓은 적당히 찬물에 한 번 헹궈 열기를 뺀다. 그다음 2차로 얼음물에 헹궈줘야 면발이 다시 탱탱하게 살아난다.
④ 양념은 만들어서 바로 쓰면 깊은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주일 이상 숙성을 권장한다. 보통 업소에서는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조미료를 필수로 넣지만, 면면면 레시피에서는 황태 가루를 넣어 천연 감칠맛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