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2100년. 그린란드 빙하는 이미 녹았고, 아마존 우림지대, 산호초 군락도 사라졌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이탄(泥炭)층 대지가 불에 탄다. 저위도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면서 작물 재배량도 급감해 식량 확보를 위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기근으로 인한 사망 300만명, 해안 침수 피해 인구 1억7000만명, 생물종의 50% 가까이가 멸종했다. 온난화를 되돌릴 ‘티핑포인트’는 이미 지났다. 영구동토층, 북극과 남극마저 완전히 녹아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면, 머지않아 대멸종이 시작된다.
지구의 기온이 1880년 산업 혁명 이전 대비 섭씨 3도 상승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0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 Gap Report)를 통해 “현재 추세대로면 2100년이 되기 전 지구 온도는 3.2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기준치보다 1.2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1도 진행되면 전세계에서는 폭염, 폭우, 가뭄, 혹한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2017년 전후 1도를 넘어가면서 이상 기후는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만 해도 북미는 40~50도 수준의 폭염으로 산불이 끊이지 않았고 서유럽과 중국 중부지방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의 강우량이 한번에 쏟아지면서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 중동 지역은 50도의 폭염과 함께 가뭄을 겪고 있다. 이란에선 가뭄 탓에 주민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2100년 목표였던 1.5도, 9년 뒤에 온다”
[알지RG]
인류 목표 2100년까지 1.5도↓ 상승
과학자들 "1.5도까지 9년 남아"
"이미 시베리아 동토층서 메탄 누출도"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국가들은 2100년까지 2도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가 2018년 인천에서 열린 48차 IPCC 총회 때부터 1.5도로 목표를 조정했다. 2도도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 ‘지구온난화 1.5도’가 발표되면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1.5도에서 2도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티핑 포인트가 지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과학학술잡지 네이처에는 티핑 포인트가 1~2도 사이에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수석 연구자인 팀 렌튼 영국 엑시터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도만 넘어도 기존의 생명체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5억 인구가 의존하는 생태계인 산호초가 사라지고 북극 지방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폭염으로 인한 화재와 폭우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빈도로 발생한다. 3억5000만명의 도시인들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노출된다.
“2050년 2도 예상…동토층 메탄 누출 가능”
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뒤인 2026년까지 1.5도를 돌파할 확률이 40%라고 발표했다. 국제연합(UN)도 ‘남극의 빙하와 북극 해빙이 급속도로 줄고 있으며 북극의 영구 동토층도 이미 녹기 시작해 메탄가스를 방출하기 시작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인용한 바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저서 『6도의 멸종』(2014)에서 지구의 온도가 6도 상승하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불타는 얼음'으로도 불리는 고체 에너지원, 대기권 존재 메탄가스 양의 300배 포함 추정)가 대량 방출돼 모든 생물체가 대멸종 상태가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