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성을 혐오해도 되는 근거라며 떠다니는 팩트들은 사실일까, 일방적 주장일까.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가장 논란이 큰 이슈인 성별 임금 격차, 여성할당제를 중심으로 팩트 체킹했다.
임금 격차 여성 탓? 남녀-세대 의견 갈렸다
"똑같이 일을 안 하니까 돈을 덜 주지. 뽑을 가치 못 느끼니까 안 뽑는 거고. 여자니까 더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당연하게 하네."
2회
젠더 혐오의 근거, 팩트체크해보니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임금 격차를 자연스럽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20~30대 동의율은 42.5%로 윗세대인 40~50대(34.8%), 60대 이상(33.4%)을 웃돌았다. 2030을 중심으로 한 젠더 갈등 양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원생 A씨(27)는 "젠더 관련 수업을 같이 듣던 남자 동기가 '여자들이 일을 덜 하고 싶어 하니까 월급이 적은 건 사실 아니냐'고 말해 충격받았다. 이런 주장이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똑같은 스펙·직급에도 여성은 덜 받았다
남녀 시급 차이는 사원 3750원, 대리 1320원, 과장 730원, 차장 1480원, 부장 3690원 등이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격차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U자형 곡선'을 그린다. 근로시간, 근속연수 등 임금 영향 요인을 통제하고 분석해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똑같이 일하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경력이 쌓이거나 승진해도 해소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슷한 결과는 또 있다. 서울시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5세 이상 여성 취업자는 1주일에 37.9시간 일했고, 남성은 43.4시간 일했다. 노동 시간 기준으로 12.7%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같은 해 남녀의 임금 격차는 27.3%였다.
황성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전체 근로자의 성별 임금 격차를 모두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줄다가 다시 커지는 건 '유리천장'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된 '여성할당제', 정책 기조 꾸준
특별취재팀의 인식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에서 여성할당제·여성가산점제가 늘어났다'는 문장에 응답자의 55.2%가 동의했다. 남성(67.7%)과 여성(42.9%) 간 차이가 컸다.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해당 문장은 '절반의 사실'이었다.
현 정부 정책 기조는 꾸준히 여성할당제 확대를 가리킨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공공부문 적용 대상을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지방공기업까지 확대했다.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AA 적용 범위에 들어간 것이다. AA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여성 고용 기준을 충족하도록 독려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가치평가 매체 CEO랭킹뉴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132곳의 올해 1분기 임직원 현황을 조사했더니 여성 임원 비율은 22%였다. 2017년엔 11.8%였으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성 각료 확대를 강조한다. 지난 대선 당시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한 게 대표적이다. 임기 초반 여성 장관 비율을 OECD 평균(2015년 29.3%) 수준인 30%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여성 인력 확대, 장관도 임원도 갈 길 멀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어떤 조직 안에서 한 집단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를 25%로 잡는다. 정부가 민간 기업 여성임원 비율을 강제할 순 없어도 최소한 공공기관에선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남녀 동수 내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7년 정부 출범 직후 여성 장관은 전체 18명 중 5명(27.7%)이었다. 외교부·환경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가 여성 몫이었다. 이듬해 9월엔 4명(22.2%)으로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 1~12월 6명으로 늘면서 유일하게 30%를 넘겼다. 정권 말을 향해가는 현재 교육부·환경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여성가족부 등 장관 4명(22.2%)만 여성이다. 남녀 동수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혐오, 불평등 해결책 아냐…합리적 대안 필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을 쓰면 일시적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가짜 안도감'을 얻을 수 있지만, 본인의 이익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울(블루)과 분노(레드)를 동시에 가져왔다. 특히 두드러진 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이다. 서구에선 아시아인 등에 대한 증오범죄와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이 이어진다. 국내서도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혐오 정서가 난무한다. 여혐ㆍ남혐 논란, 중국동포(조선족)와 성소수자 비난 등이 대표적이다.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고 멸시ㆍ모욕ㆍ위협을 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혐오표현의 정의(2019년 인권위 보고서 참조)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혐오는 때론 내 이웃을 향하고, 종종 나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팬더믹 1년 반,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우리 안의 혐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살펴봤다. 혐오표현이 근거로 삼는 명제들이 맞는지도 '팩트체킹'했다.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고 멸시ㆍ모욕ㆍ위협을 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혐오표현의 정의(2019년 인권위 보고서 참조)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혐오는 때론 내 이웃을 향하고, 종종 나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팬더믹 1년 반,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우리 안의 혐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살펴봤다. 혐오표현이 근거로 삼는 명제들이 맞는지도 '팩트체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