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이 크게 늘었다. 지난 12일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논란 끝에 전면 백지화된 이후 매물이 갑자기 증가했다.
20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 수가 지난 12일 74건에서 일주일 만에 163건으로 120.2% 증가했다. 월세를 포함한 매물은 154건에서 278건으로 일주일 새 80.5%가 늘었다. 1979년 준공한 은마아파트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단지로 꼽힌다.
'재건축 2년 실거주'백지화 이후 전세 매물 급증
개포 현대1차, 상계주공 6단지 등서도 매물증가
하지만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난을 부추기는 등 시장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법안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이후 매물이 갑자기 늘면서 가격도 내리고 있다. 지난 9일 9억8000만원에 올라왔던 전용 76㎡(14층) 매물은 최근 전세 보증금을 8억7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내렸다. 같은 면적 1층에 7억5000만원에 내놓았던 매물도 5000만원을 내린 가격에 등록됐다.
다른 지역 재건축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의 성산시영(1986년 준공)은 일주일새 전세 매물이 100%(20→40건) 증가했다.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1984년 준공) 34.7%(22→32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1988년 준공) 22.2%(45→55건) 등으로 전세 매물 증가세가 뚜렷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 역시 지난 12일과 비교해 1.1%(1만9810→2만46건) 증가했다.
재건축 단지 위주의 전세 물량 증가로 당장 서울 전세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0.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7주 동안 한주도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 영향으로 서초구는 지난주 전셋값 상승률 0.30%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동작구, 양천구 등의 전셋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 전세 공급이 서울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2년 실거주 요건에 해당했던 주요 재건축 단지의 전세 매물 증가가 전셋값 상승세에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 단지들에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 상승세가 수그러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