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 아파트값 상승률, 신축의 2배 … "재건축 규제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6:19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뉴스1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 가격이 지은 지 5년 이하인 새 아파트보다 올 상반기에 두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발표한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2년 의무'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 사업의 진행을 부추기면서 집값을 올려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1∼6월) 주간 누적 기준 3.0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1.58%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3.7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3.15%, 서남권 2.58%, 서북권 2.13%, 도심권 1.48% 등의 순이었다.

압구정·대치·서초·반포·잠실동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동남권과 노원구 상계동, 도봉구 창동 등의 동북권,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있는 서남권의 노후 아파트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안전진단, 조합설립 등의 재건축 초기 단계를 진행하는 단지가 많은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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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으려고 내놓은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끌어 올렸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에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재건축으로 조성되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가 발효되기 전 앞다퉈 조합설립을 서둘렀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을 설립했다.

이들 단지에서는 조합설립 이전에 '막차'를 타려는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의 경우 전용면적 245.2㎡가 조합설립 인가 직전인 지난 4월 80억원(11층)에 거래되며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뛰기도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규제 예고가 잠잠하던 서울 재건축 매매시장을 들쑤셨다"고 지적했다. 또 집주인이 조합원 분양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법이 통과되기 전에 재건축 단지로 들어가려 하면서 해당 지역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서울 불암산에서 바라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불암산에서 바라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것도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다. 오 시장은 당선 직후 재건축 아파트값 과열 우려가 커지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4개 지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의 노후 아파트가 많이 올랐다. 올해 상반기 노원구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 3.80% 올랐는데,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에서 가구 수 기준으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이 노원구(8만6147가구)다. 준공 34년을 맞은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01㎡가 지난 6일 9억원(12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작년 12월(6억5000만∼7억4000만원) 이후 6개월 만에 2억원가량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여당은 결국 지난 12일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을 백지화하기로 했지만, 혼란은 커지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책의 신뢰가 훼손되면서 시장에서는 오히려 규제 완화를 집값 상승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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