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오전 10시 15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은 김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연다. 상고심이 접수된 지 8개월여 만이다.
김경수는 ‘킹크랩’ 시연 보고 승인했나
드루킹 김씨는 킹크랩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댓글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2020년 2월 이미 징역 3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드루킹의 범행에 김 지사를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김 지사가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은 아니더라도 댓글 조작에 쓰일 프로그램 시연을 보고 묵시적으로 승인하고, 드루킹 범행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면 김 지사를 드루킹의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당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간 이어진 네이버 로그 기록을 킹크랩 시연의 증거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링크 등을 근거로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맞서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수행비서의 당일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김 지사의 동선을 분석할 때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을 볼 시간이 없었음을 주장한다.
저녁 6시 50분쯤 드루킹의 산채에 도착한 김 지사가 약 1시간가량 닭갈비 식사를 했고(약 7시 40분까지), 이후 경공모의 ‘선플 운동’과 관련한 브리핑을 1시간여 듣고(약 8시 50분까지) 잠시 머무른 뒤인 9시 15분쯤 산채를 떠났다는 주장이다. 이 행적에 비춰볼 때 김 지사 측은 당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간의 네이버 로그 기록은 시연이 아니라 단순히 드루킹 측 개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킹크랩 개발자가 예정해놓은 개발 일정인데 항소심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시연’으로 단정한 오류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김 지사의 1·2심은 김 지사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업무방해 혐의 공모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1·2심 유·무죄 엇갈린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2017년 12월 28일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특정되기 전이므로 이를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드루킹 측이 2017년 5월 대선 직후 일본 대사 자리를 요구하고 김 지사가 거절한 것, 김 지사 측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어떤지 물어본 것, 오사카 총영사 대신 센다이 총영사 자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드루킹 측에 전달한 것은 모두 ‘2017년 대선과 관련한 보답 내지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5월 치러진 대선 관련 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는 6개월 뒤인 그해 11월로, 김 지사 기소 시점(2018년 8월)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황이다. 댓글조작이 대선 때 이뤄졌고, 이 보답으로 공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검은 항소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상고이유서 등을 통해 “항소심이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조문을 해석할 때 ‘특정 후보자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은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또 공직 제안을 대선에 대한 대가로 단정한 점에 대해서도 “대선 및 향후 지방선거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며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친문 적자’ 재수감되나, 대선출마 날개 다나
21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고 2년간 복역한 이후 추가로 형의 효력이 실효되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다른 가능성은 파기환송 가능성이다. 이 경우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김 지사에게는 최상의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다면 김 지사로서는 가장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되는 셈이다. 당장 지사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기환송심에서 받을 공직선거법 형량에 따라 5년(100만원 이상 벌금형)에서 10년(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피선거권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1·2심에서 인정된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과가 나온다면 김 지사로서는 기소 이후 3년여만의 ‘기사회생’하는 건 물론 정치적 날개를 달게 된다. 이 경우 ‘친문(親文)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로선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여권 유력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허위사실공표(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후 지사직을 수행하며 3개월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