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왜 ‘센다이’ 꺼냈나…특검 “지방선거용” 金 “대선 보답”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5:00

업데이트 2021.07.16 18:04

2018년 6월 27일. 60일의 수사 기간을 부여받은 ‘드루킹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날이다. 허익범 특검(62·사법연수원 13기)을 비롯해 87명이던 특검팀은 잔류인력 17명이 남아 출범 1120일 만인 21일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수 드루킹 사건' 상고이유서 ②

1·2심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는 드루킹과 공모를 인정해 똑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1심은 유죄,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항소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처음 제안한 시점인 2017년 12월 말 민주당의 2018년 6월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되지 않아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8차례에 걸쳐 제출한 1000여쪽의 상고이유서와 반박의견서에서 김 지사가 당시 여당 국회의원 신분이면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댓글을 조작하는 대가로 공직을 약속한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측 인사에 대한 일본 대사, 오사카 총영사 및 센다이 총영사 추천은 통상적인 인사추천일 뿐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① 김경수 “통상 인사추천” VS 특검 “이익제공 약속은 매수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8년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특검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8년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특검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의 선거법 위반 유·무죄는 현행 선거법 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기도 하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7년 12월 28일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대가로 제안하면서 이듬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사전에 약속받은 것이기 때문에 유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 및 기타 이익의 제공이나 제공을 약속한 자’는 매표 행위를 했다고 보고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통상 ‘기타 이익’엔 센다이 총영사처럼 공직 제안도 포함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기존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며 “후보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지사가 제안했다면 선거운동을 고려한 이익 제공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김 지사가 보좌관을 통해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처음 거론한 시점(2017년 12월 28일)은 지방선거를 6개월 넘게 앞둔 시점이었다.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출마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들어 “후보자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후보자가 정해져야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 그 전에는 금품·이익 제공을 약속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면 현행법을 지나치게 축소해석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선거운동 관련 범죄를 ‘후보 특정 이후’로 한정하면 정당 차원의 금권선거를 불러 공정한 선거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 지급을 사실상 합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 같은 선거법 처벌 규정에 대한 좁은 해석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한국 정당 민주주의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경수 ‘선거법 무죄(2심)’ 반박한 특검 상고이유서의 논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경수 ‘선거법 무죄(2심)’ 반박한 특검 상고이유서의 논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변호인은 “금품수수의 경우 ‘선거운동에 대한 일당, 경비 보전 명목’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선거운동과의 관련성이 뚜렷하다”며 “반면 공직 제안 등은 그 자체로 선거운동과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적 근접성과 동기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특정 후보자의 출마 포기를 대가로 공직을 제안하는 등의 명확한 대가 관계가 드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 측은 또 “드루킹 측 도모 변호사가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 통상의 인사 추천을 했을 뿐”이라며 “공직 임명을 약속할 수 있는 권한도 없었고, 6개월이나 뒤에 있을 지방선거와 결부시켜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② “대선 도와준 데 보답” VS “지방선거 선거운동 대가”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일본 대사→오사카 총영사→센다이 총영사로 이어지는 공직 요구 및 제안의 흐름이 어떤 선거의 대가로 오간 것이냐에 대한 해석도 상고심 공방의 대상이다.

김 지사는 2017년 대선 이후인 그해 여름 “일본 대사직을 달라”는 드루킹의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청와대에 오사카 총영사직을 추천했다. 청와대 인사추천위에 드루킹의 지인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지만 청와대에서 부정적인 답을 하자 “센다이 총영사는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드루킹 측에 다시 전달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데 대한 보답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상고이유서를 통해 “오사카 총영사직이 단순히 대선에 대한 보답이었다면 김 지사로서는 오사카 총영사직이 무산됐을 때 드루킹에게 오사카 총영사 임명이 무산됐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으면 그만이었다”며 “그 후 이루어진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은 지방선거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 또는 동기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경수 사건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경수 사건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고이유서에는 김 지사가 2017년 6월 7일 ‘대선 이후에도 킹크랩 운용을 포함한 각종 경공모 활동을 지속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말했다는 드루킹의 진술 등도 첨부됐다.

특검이 지방선거의 대가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선거법 위반사범의 공소시효 때문이다. 특검이 김 지사를 기소한 2018년 8월 시점에서 2017년 5월 7일 대선 관련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6개월은 이미 만료됐고,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소시효만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김 지사 측은 이에 상고심 답변서를 통해 왜 드루킹의 요청을 들어주는 듯한 행동을 했는지 적극 해명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이 언제부터 어떤 흑심을 품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피고인에게는 대선 과정까지 너무나 고마운 지지 모임이었을 뿐 특별한 부담도 주지 않았다”며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등 추천 문제를 꺼냈을 때도 여전히 선의로 생각했고, 모임 내에서 자격이 되는 전문가가 있다고 해 적극적으로 수용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센다이 총영사직 추천 논의가 있던 2017년 말 무렵 피고인이나 드루킹 그 누구도 지방선거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누가 후보자로 출마할지도 미정인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센다이 총영사직은 그에 앞선 오사카 총영사직 추천 논의가 불발되면서 다른 직으로의 추천을 희망하는지 물어보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했다.

김 지사 본인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도전해 당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에 뒤져 2위로 낙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도전해 지사에 당선했다.

'선거법 무죄' 항소심이 근거로 든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
◆2016.08.26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거운동은 특정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008.10.30 헌법재판소= “선거운동이라 함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이를 위한 득표에 필요한 모든 행위 또는 특정 후보자의 낙선에 필요한 모든 행위 중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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