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7 대선 댓글조작의 진화…원세훈·김경수 뭐가 달랐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1

업데이트 2021.07.16 18:05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 [중앙포토]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 [중앙포토]

2012년과 2017년 치른 18대 대통령선거와 19대 대통령선거는 선거 이후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18대 대선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끈 국정원이 댓글조작 의혹의 중심에 섰고, 19대 대선 이후에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라는 민간인의 댓글순위 조작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원 전 원장은 이 사건으로 5차례 판결 끝에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확정받았다. 김 지사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오는 21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중앙일보는 원 전 원장의 확정 판결문과 김 지사의 1·2심 판결문을 통해 두 사건을 비교·분석했다.

'김경수 드루킹 사건' 상고이유서 ③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VS 업무방해

원세훈-김경수에게 인정된 '여론조작' 횟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원세훈-김경수에게 인정된 '여론조작' 횟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댓글조작' 이란 키워드는 공통되지만 두 사람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다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지위와 실제 조작에 나선 이들의 신분 차이 때문이다. 원 전 원장 등은 ‘국정원 공무원’으로 국정원법이 규정한 ‘정치관여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사이버팀은 2009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다수 인터넷 사이트 게시글에 직접 게시글을 올리거나, 게시글에 ‘찬반클릭’을 통해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했다. 이들은 이 작업을 ‘게시판을 먹칠한 것’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A 커뮤니티 사이트는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베스트 게시판으로 올라간다. 국정원 사이버팀은 수작업 추천 클릭으로 네티즌들이 자주 보는 베스트 게시판에 노출될 글을 올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밀어내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고 한다.

트위터와 트윗덱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론조작도 이뤄졌다. 트윗덱은 여러 개의 트위터 계정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리 다수 트위터 계정의 ID와 비밀번호를 등록하면 트윗덱에서 입력한 트윗 내용이나 리트윗이 자동으로 초 단위까지 동일하게 여러 계정에서 생성된다. 다수 직원은 재판에서 “실적을 올리는 목적, 손수 리트윗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측에 제보된 댓글조작 정황. 국민청원 역시 이같은 내용을 첨부해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며 네이버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포토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측에 제보된 댓글조작 정황. 국민청원 역시 이같은 내용을 첨부해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며 네이버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포토

18대 대선의 수작업이 진화한 것일까. 19대 대선에서 드루킹은 ‘킹크랩’이라는 반복 명령을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킹크랩은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공감·비공감 버튼을 다수 ID로 자동 클릭하는 프로그램이다. 킹크랩 역시 특정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어 네티즌들에게 보다 많이 노출되게 하는 점을 노렸다.

김 지사는 2018년 8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의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컴퓨터 등 장치를 이용해 포털사이트 업무를 방해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출직 국회의원(정치인) 신분이던 김 지사와 민간인인 드루킹 일당에게 정치적 중립 위반과 정치관여 금지죄를 물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직접 댓글조작 안 해도 ‘공모’ 인정된 원 전 원장

신분의 차이는 ‘공모관계'를 다툴 때도 드러난다. 원 전 원장의 경우 차장→심리전단장→기획관→팀장→파트장→파트원으로 이어지는 지시·보고체계의 정점에 있었고, 이는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반면 김 지사와 드루킹은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로 만나 원 전 원장만큼 뚜렷한 ‘지시·보고’ 관계가 드러나진 않는다. 김 지사 측이 노리는 점도 이 점이다.

원 전 원장의 경우 ‘원장님 지시사항’이 내려가고, 이행 여부를 사후 보고한 점이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다. 지시·보고체계의 명확성 때문에 법원은 “원 전 원장이 댓글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행 방법을 몰랐더라도 공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는 (댓글작업용이 아닌) ‘홍보용’이며 드루킹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는 ‘지라시’”라는 주장을 펼친다. 다만 김 지사 1·2심은 이를 배척하고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를 인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닮은꼴

원 전 원장과 김 지사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법조가 다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과 관련해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표시한 혐의를 받았다.

현재까진 두 사람의 선고 결과도 엇갈렸다.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최종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1심은 원 전 원장의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는 해당할 수 있어도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국정원 사이버팀의 여론조작은 능동성과 계획성이라는 선거운동의 핵심 요소를 갖췄고, 적어도 2012년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의 여론조작 시도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파기환송 후 2심은 댓글이나 트윗의 대상이 된 당시 대선 후보들의 출마 확정일을 각각 특정했고, 출마 확정일 이후 이뤄진 여론조작 행위는 모두 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 지사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유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은 특검의 기소와 달리 지방선거 선거운동과 관련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은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기소 내용에는 당시 지방선거 후보자가 특정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운동과 관련해 후보자가 특정된 시점이었느냐를 따진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의 판례가 김 지사에게 불리하지 않은 셈이다.

‘여론 왜곡’과 ‘민주주의 우려’ 드러낸 법원

원 전 원장과 김 지사의 판결문에는 ‘여론 조작’의 위험성이 공통으로 담겼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 후 2심은 “이 범행은 여론 왜곡의 위험성을 크게 높였다”라며 “국가기관에 의한 여론의 형성이나 통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 역시 “댓글순위 조작은 포털 업무방해에 그치지 않고 실질은 특정 여론을 조성해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사회 전체의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의 경우 댓글조작에 민간인을 동원하고 국정원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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