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그기록 16분' 김경수, 그날의 진실은? 상고이유서 입수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6 18:01

“드루킹은 김경수 지사에게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김경수 경남도지사 측)

“김경수 지사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개발 때부터 이를 알고 있었고, 사후 보고도 받았다.”(허익범 특별검사 측)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가 김경수(54) 경남도지사 상고심 선고기일을 21일로 잡았다. 재판부가 상고이유 등 법리 검토와 쟁점을 논의한 끝에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상고심 결론에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걸렸다.

'김경수 드루킹 사건' 상고이유서 ①

지난해 11월 20일 상고 이후 김 지사 변호인단과 허익범(62·사법연수원 13기) 특검팀은 8개월간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다. 양측이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와 답변서, 반박의견서 등 기록만 각각 1000여쪽에 이른다.

김 지사는 2017년 5월 대선과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 김동원(필명 드루킹)씨가 ‘킹크랩’으로 포털 사이트의 기사 댓글 공감수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업무방해와 선거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김 지사를 업무방해 부분은 징역 2년, 선거법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반면 항소심은 업무방해 부분만 유죄(징역 2년)로 보고, 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상고심은 원래 원심의 법리 적용의 오해만 따지지만 양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사실상 기초 사실관계부터 다투고 있다.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파주 산채(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반복 명령을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보고 댓글조작을 추인했느냐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①“킹크랩은 드루킹 단독 범죄” VS “김경수 공모했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양측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김 지사는 “드루킹이 개발한 킹크랩 프로그램을 알지도 못했다”며 전부 무죄를 주장한다. 김 지사 측 핵심 논리는 포털 댓글조작은 드루킹의 단독 범행이며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지시·공모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특검은 “공모관계를 인정한 항소심 판단이 맞다”고 맞선다.

김경수 변호인(이하 김)=“기존 대법원 판례는 공모 관계를 엄격히 따진다.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전체 범죄의 지배·장악력을 종합해 본질적 기여가 있어야 인정한다. 항소심은 킹크랩 시연이 이뤄졌다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산채를 떠나며 드루킹 등과 가볍게 악수했다는 점을 공모의 근거로 들었는데 무리가 있다. 항소심도 ‘허락만 해달라(드루킹)’ ‘그런 것을 뭘 일일이 말하느냐(김경수)’고 했다는 드루킹의 수사기관·법정 진술은 허위라고 봤다.”

허익범 특검팀(이하 특)=“김 지사 측이 사실관계를 누락하고 있다. 항소심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 이후에도 ‘킹크랩 완성도는 98%’라는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거나, 직접 파주 산채를 찾아 경공모의 인사청탁 명단을 적어온 사실을 종합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처럼 실제 범행 내역과 사후 보고 등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항소심은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운용에 관해 묵시적으로 동의 내지 승인을 했다고 인정했다.”
김=“‘킹크랩 완성도는 98%’라는 정보보고가 김 지사에게 갔다는 텔레그램 등 객관적 증거가 없다. 드루킹은 오히려 킹크랩을 통한 매크로 작업은 숨기려했고, 경공모 회원이 많다며 세를 과시하고 싶어했다. 일본 대사,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댓글 역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선플 운동) 회원들을 휴가 보냈다’라며 가장 치명적일 킹크랩에 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다. 드루킹의 ‘옥중노트’에서 킹크랩 공모가 처음 거론됐는데, 김 지사가 격려금 100만원을 줬다 등 함께 적힌 다른 내용은 허위로 판명났다.”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산채’ 엇갈린 동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산채’ 엇갈린 동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 산채에서 사라진 50분? 김경수 “시연 안 봤다” VS 특검 “봤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회가 열린 문제의 2016년 11월 9일 ‘산채’ 두 번째 방문의 시간대별 동선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연을 안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팀은 김 지사가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사실은 1·2심에서 모두 입증된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항소심 재판에서야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정보가 확인됐다. 오후 6시 50분쯤 산채에 도착해 1시간 가량 닭갈비 식사를 하고, 이후 1시간 가량 산채 2층에서 경공모의 선플운동 관련 브리핑을 듣고, 이어 김 지사와 드루킹이 잠깐의 독대 시간을 가진 뒤 오후 9시 15분에 떠났다. 특검이 킹크랩 시연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는 다같이 브리핑을 듣는 시간이었다. 시연을 못 봤다는 김 지사 증언이 더 믿을만 하다.”
특=“‘산채’의 식사 준비 담당이었던 김모씨는 김 지사의 두 번째 방문 때 식사 대접을 기억하지 못 한다고 증언했다. 김 지사 본인도 첫 번째 방문에서 고기를 먹은 것은 기억하는데 두 번째 방문에선 식사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결정적 진술이다.”
김=“특검 주장에 따르면 김 지사는 오자마자 브리핑을 받았고,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네이버 로그기록이 있는 오후 8시 7분~23분까지 약 16분간 김 지사, 드루킹, 개발자만 동석했다. 이후 개발자도 나가고 둘만 대화를 했다. 독대는 드루킹도 ‘5분’이라고 증언하는 등 모두가 짧은 시간 이뤄졌다고 기억했다. 그렇다면 오후 9시 15분에 떠날 때까지 48분~50분의 시간이 빈다. 식사를 했다고 보면 시간이 정확히 맞는데, 항소심은 이를 너무 쉽게 무시했다.”
특= “식사를 했느냐 여부는 사건의 쟁점을 흐리는 일이다. 항소심도 전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수행비서 타임라인은 당일 김 지사가 산채에 있었고, 네이버 로그기록으로 시연이 이뤄졌다는 사실만 입증할 뿐이다. 더구나 킹크랩 개발 계획이 담긴 ‘온라인 정보보고201611’가 김경수 방문 당일 수정됐고 출력됐다. 이후 다른 회원이 없는 자리에서 김 지사에게 설명했다는 드루킹 진술도 항소심은 받아 들였다.”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사건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사건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③ 네이버 로그기록…킹크랩 시연인가 단순 개발 과정인가

지난 2018년 6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6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있다. [뉴스1]

김=“방문 당일 8시 7분~23분까지 킹크랩의 네이버 로그기록이 있었다고 해서 시연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짧지 않은 16분 시연동안 나눈 대화나 김 지사의 반응을 개발자는 물론 드루킹도 전혀 진술하지 못 하고 있다. 이 같은 ‘묵언 시연’은 상식적이지 않다. 더구나 항소심은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 프로그램의 동작원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의 방문에 맞춰 시연용 3개의 ID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개발자 개인 컴퓨터에서 발견된 일정표에는 그 무렵 3개 ID로 개발을 한다는 계획이 이미 들어있었다. 김 지사 방문이 확정되기도 전에 작성된 것이다.”
특=“개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개발자 우모씨가 김 지사 시연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진술을 했다. 또 항소심은 이들의 진술만 본 것이 아니라, 8시 7분~23분의 로그기록은 물론 김 지사 방문 전 드루킹이 ‘시연일 낮에 한번 (확인차) 봤다’고 한 진술과 일치하는 다른 로그기록도 확인됐다. 이처럼 항소심은 로그기록의 흐름과 진술을 면밀히 살펴 판결문 20여쪽에 걸쳐 시연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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