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別(별)-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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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7/3

별(別, 나누다·가르다·헤어지다·떨어지다·떠나다·다르다 등)은 뼈를 나타내는 골(骨)과 칼을 나타내는 도(刀·刂)가 합쳐진 형태로, 칼로 죽은 자의 살을 도려내는 고대 장례 풍습을 표현한 글자다. 살을 뼈에서 발라내는 것에서 칼로 갈라 ‘나누다’는 의미가 됐다.
 
나눠진 것은 이제 서로 다른 것이므로 ‘다르다’ ‘구별하다’라는 의미가 생겼고, 나뉘면 사이가 벌어지므로 ‘떨어지다’ ‘헤어지다’ ‘이별’ 등의 의미로 발전했다.
 
서로 나누고 구별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일반적이거나 보통의 상황이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말에서 고유어에 별(別)이 접두어로 붙으면 ‘보통과 다른, 혹은 특별한’의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별로’ ‘별일’ ‘별다르다’ ‘별걱정’ 등이 있다. 별(別)이 들어간 한자어인 ‘특별(特別)’ ‘각별(各別)’도 보통과 다른 특별함을 나타낸다.


이 ‘보통’과 다른 것은 종종 그저 다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별미(別味)’ ‘별세계(別世界)’처럼 보통보다 더 좋음을 나타내기도 하고, ‘별종(別種)’ ‘별나다(別나다)’처럼 보통과 다른 이상(異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상함은 종종 ‘별짓’ ‘별꼴’처럼 눈이 거슬릴 정도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기도 한다. 다름은 일반적인 것과 달라서 좋기도, 이상하기도, 싫기도 하다
 
다름을 구별하는 것은 ‘차별(差別)’로 연결되기도 한다. 베트남어의 ‘phân biệt’은 ‘분별(分別)’을 베트남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이 단어는 우리의 ‘분별(分別)’과 같이 ‘구분하다’ ‘변별하다’ ‘식별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차별하다’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 단어는 베트남어에서 ‘인종 차별(sự phân biệt chủng tộc)’ 등에서처럼 ‘차별’을 나타내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독립적인 개체로서 각자가 모두 다른 모습과 성향을 가진다. 그래서 특별(特別)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가 이 특별한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 동등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무시하고 차별한다면 결국 함께할 수 없다. 다른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