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에서 이강소 화백의 개인전 '몽유(夢遊)'가 열리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을 소개한다. 추상적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부터 서예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노톤 그림, 형형색색 화려한 색을 사용한 신작까지 함께 선보인다. 2018년 같은 공간에서 열린 전시 '소멸'이 작가의 1970년대 역사적 실험미술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면, 이번 전시는 평생에 걸친 '실험'으로 미술의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작가가 평면 회화에서 이어온 탐구의 여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갤러리현대, 개인전 '몽유'
기운생동 회화 30점 선보여
관습에 도전해온 여정 조망
화면에 담은 기운생동 에너지
"실험은 평생 하는 것"
"실험은 평생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1980년대 흙을 던져서 하는 조각을 선보이는 등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하는 조각 작품도 꾸준히 선보였다. 그렇다면 그의 그림은 어떨까. 자유롭고 거친 붓질로 회화와 서예, 구상과 추상 사이를 넘나드는 화면이 그가 찾은 답이다.
필획, 기운생동(氣韻生動)
1990년대 중후반 '섬에서', '강에서' 등의 연작을 거쳐 2000년대 중반 '샹그릴라', '허(虛· Emptiness)' 등의 작업을 했던 그는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청명(Serenity)' 연작을 이어가고 있다. 대담한 여백, 작가 자신의 호흡과 리듬, 몸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렬한 획으로 캔버스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가 바로 "동양화 붓"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양화 붓보다 길어 붓질하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란다.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그은 선, 추사의 갈필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죠. 붓의 끝이 그렇게나 민감해요. 붓끝에 물감이 잔뜩 묻어있다고 해서 강력한 게 아니거든요. 옅게 스며든 먹물이라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굉장히 강렬한 기운을 드러낼 수 있죠. "
이 화백은 "그 에너지가 바로 기운생동"이라며 "모든 것은 결국 기 에너지로 귀결된다. 필력, 필획이 그리는 사람의 정신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림에서 획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색에 매혹되다
멈추지 않는 실험은 팔순을 앞둔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안겨줬다. 내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준비 중인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 미술' 전시에 참여작가로 선정된 것. "나를 유혹하는 색을 찾아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그는 "작가도 계속 변하지 않으면 골동품이 된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