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6일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 2018년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전 세계 3억 4000만 달러의 흥행(제작비 대비 20배)을 거둔 1편의 속편이다. 고도의 청각 능력으로 먹이를 찾는 괴생명체에 대항해 극적으로 살아남은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의 소리 없는 사투를 그린다. 코로나19로 닫혔던 극장들이 1년 여 만에 다시 문을 연 미국에선 지난달 28일 개봉 이래 3주 차에도 1위를 고수하며 지난 주말까지 1억899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는 돌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자, 지난해 2월 ‘수퍼 소닉’ 이후 1년4개월만이다.
청각 공포 극대화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
팬데믹 이후 북미 박스오피스 첫 1억 달러
'빵빵한 사운드'로 극장만의 고유한 체험
한국영화 '발신제한' '여고괴담' 등도 출격
특히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하는 딸 레건의 시점일 땐 전체 음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음향의 대비를 줘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과 ‘킹콩’(2005)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에단 반 더 린, 그와 함께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을 함께 한 에릭 아달이 전편에 이어 다시 공동으로 음향작업을 맡았다. ‘스크림’ 시리즈에서 혁신적인 공포 영화 곡들을 선보인 마르코 벨트라미 음악감독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가 되는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를 비롯한 복고풍 음악 선곡으로 쫄깃해진 심장을 어루만진다.
사운드를 비롯해 극장 관람에 최적화된 특수효과를 강조하는 개봉작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개봉해 열흘간 60만 관객을 끌어들인 공포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특히 4DX관에서 호평이 높다. 엑소시즘과 악령에 빙의된 사람들의 액션을 휘몰아치는 바람 효과 속에 덜컹대는 모션 체어로 실감 나게 전달한다. 극장 측도 이 같은 특수 체험을 겨냥한 기획전에 승부를 걸고 있다. 메가박스의 경우 7월 18일까지 ‘돌비 시네마 매니아’ 이벤트를 통해 상영 영화 관람 편수에 따라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제이슨 스타뎀 주연 ‘캐시트럭’을 비롯, ‘콰이어트 플레이스2’,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등이 대상이다. CGV에 따르면 올 최고 흥행작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경우 4DX의 객석 판매율(21%)이 일반관(12%)에 비해 9%포인트 높았고 ‘컨저링 3’도 4DX 객석 판매율(13.6%)이 전체 평균(9.3%)을 웃도는 등 특수관 선호가 뚜렷하다.
극장 특유의 사운드 파워는 뮤지컬‧음악영화에서도 발휘된다. 오는 30일엔 토니상 최고 뮤지컬상, 그래미 최고 뮤지컬 공연앨범상 등을 수상한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인 더 하이츠’(감독 존 추)도 개봉한다. CGV 집계 결과 팬데믹 이후 재개봉작 톱5 중엔 1위 ‘위대한 쇼맨’, 2위 ‘알라딘’ 4위 ‘라라랜드’ 등이 포진해 ‘빵빵한 음악 사운드’에 대한 관객 수요를 입증했다.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선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는 OTT 시대에 극장 관람이 이벤트화하는 현상이 가속화 할 것이라면서 “VFX가 더 많다거나 정서적인 보상을 주는 영화엔 극장 관객이 많이 가는 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