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싸이월드’ 재개장
2009년 회원 수 3200만 명 ‘토종 SNS’
사진 180억 장 복구, 도토리 환불
AR·VR 접목 메타버스 요소 강화
옛 명성 되찾을수 있을지 미지수
“일회성 추억 팔이 넘어야 승산”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수로 날개를 달았지만, 이후 기대만큼 오래 날지는 못했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 등 후발주자에 밀린 탓도 있지만, 기존 인기 요소에 안주해 시장의 새로운 니즈 파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싸이월드의 일촌 개념은 폐쇄적인 인맥 관리만 가능해 스마트폰 등장 이후 두드러진 개방형 플랫폼의 광범위한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도토리 위주의 수익원도 온라인 광고 수익원을 확장성 있게 구축한 페이스북 등과 달리 빠른 한계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싸이월드의 부활은 싸이월드를 아직 가능성이 남은 SNS 플랫폼이라고 본 코스닥 상장사 인트로메딕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싸이월드제트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권을 가져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싸이월드제트는 기존 회원들의 추억이 담긴 싸이월드 내의 사진 180억 장, 영상 1억5000만 개를 모두 복구하는 등 7월 서비스 재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재개장하는 싸이월드는 3차원(3D) 미니룸과 미니미 등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에 발맞춘 요소로 재도약을 노릴 전망이다. 최광진 에프엑스기어(신규 싸이월드 개발사) 대표는 “3D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메타버스를 구축함으로써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폭발력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페북 창업자도 벤치마킹
글로벌 SNS 외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공룡이 가세해 진입장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국내 SNS 시장에서 싸이월드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선 싸이월드제트가 도토리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개발과 상장 계획을 발표한 데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수익원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확보하고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 콘텐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암호화폐 열풍에 편승해 상장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싸이월드를 암호화폐 사업을 위한 구색 맞추기 용도로만 써서 이용자들을 또 한 번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행에 민감한 SNS는 이용자가 이탈하면 다시 끌어오기가 상당히 힘든 분야”라며 “일회성 추억 팔이 외에 소비자들이 계속 만족할 만한 다양한 콘텐트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