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4억명 백신접종"…인도 분노케한 모디 관저 신축

중앙일보

입력 2021.05.09 15:33

수정 2021.05.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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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 중인 대규모 관공서 신축 사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재원을 엉뚱한 데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문제의 사업은 지난 2019년 9월 발표된 '센트럴 비스타' 재개발 사업으로 18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거대 건설 프로젝트다. 

최근 인도에서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40만명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인도에서 한 노동자가 코로나 사망자들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15에이커(약 6만702㎡) 면적에 의회 의사당 등 10개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그 중에는 모디 총리의 새 관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에서는 "국민이 아닌 지도자를 위한 건축적 허영심이 가득한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루 40만 감염 속 '센트럴 비스타' 개발 지속
"그 돈이면 인도인 4억5000만명 백신접종 가능"

총리 관저 등을 포함해 대규모 토목 건설이 진행중인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 [트위터]

CNN은"센트럴 비스타 재개발은 지나치게 비싸고 환경적으로 무책임하며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비판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더 거세졌다. 
 
9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오전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3738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6일부터 나흘 연속 40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하루 사망자 수도 4092명으로 이틀 연속 4000명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229만명, 누적 사망자 수는 24만2362명에 달했다. 

인도의 야당 정치인 라훌 간디(가운데 하늘색 마스크 남성)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중인 토목사업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EPA=연합뉴스]

이런 국가적 재난에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들은 중단되고 있지만, 유독 센트럴 비스타 건설은 '필수 사업'이라며 계속하기로 해 민심의 분노가 더 커졌다.  


CNN은 "인도가 독립 75주년을 기념하는 내년 말 이전에 의회 건물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라훌 간디 의원은 토목사업에 들어갈 돈이면 인도인들에게 백신을 맞히거나 산소 실린더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트위터]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의원은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비용은 인도인 4억 5000만명에게 백신을 맞히거나 혹은 산소 실린더 1000만 개를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인들은 "산소통은 필수적이지 않고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는 필수적이냐"면서 토목 사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하원의원 겸 작가인 샤시 타루르도 CNN에 "왜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프로젝트가 하필 코로나로 인해 국가가 봉쇄되고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이뤄져야 하나"라며 개탄했다. 

샤시 타루르 [중앙포토]

 
최근 인도 시민 2명은 공사를 중단하라며 델리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전직 공무원 60명으로 구성된 한 단체도 모디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철거를 위해 지정된 건물들은 건축적 가치가 있다"면서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가 이 지역 문화유산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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