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창립자도 '차별반대'에 팔 걷었다…美아시아계 기업인들 1400억원 쾌척

중앙일보

입력 2021.05.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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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차별과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아시아계 기업가들이 차별 반대 운동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재계에서 활동중인 아시아계 리더들이 '아시아계 미국인 재단'(TAAF)이라는 단체에 1억2500만 달러(약 1404억원)를 내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사진) 등 미국 내 아시안계 기업가들이 아시안계 차별반대 운동을 위해 약 1400억원 규모를 쾌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액수에 더해 월마트, 뱅크오브아메리카, 포드 재단, 미국프로농구(NBA) 등의 기업·단체도 TAAF에 같은 액수를 기부하기로 했다.  

주요 기부자에 이름을 올린 KKR 공동사장 조지프 배[TAAF 홈페이지]

단일 기부금으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역대 최다 기부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 인구의 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자선기금은 1% 미만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유미 호건 등 자문위원

주요 기부자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공동사장인 한국계 조지프 배, 헤지펀드 히말라야캐피털의 창립자 겸 회장 리루, 알리바바 부회장인 조지프 차이,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 등이다.  
 
자문위원회에도 아시아계 저명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인드라 누이 전 펩시코 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인드라 누이 전 펩시코 최고경영자(CEO), 대만계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제러미 린,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의 부인인 유미 호건,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ER'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도 TAAF의 자문위원이다.  

유미 호건 여사 [AP=연합뉴스]

TAAF는 미 공영방송 PBS와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에 관한 시리즈를 제작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아시아계의 경험을 부각하는 내용의 초중고 교사용 수업자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연합뉴스]

소날 샤 TAAF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미국 역사와 문화의 일부"라면서 "이제 우리의 이야기가 미국의 이야기와 동의어가 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차별 반대 운동을 위해 나선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상대로 폭증한 증오범죄가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미전역에서 169% 급증했고, 특히 뉴욕시에서만 223% 증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안계 혐오를 멈추라"는 팻말을 든 이들이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기부자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함에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이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샤 TAAF 회장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성공적이고 부유하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시달려왔다면서 "이런 '모범적 소수인종 신화'가 이미 존재하는 차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시아계는 미 전체 노동인구의 12%를 차지하지만, 포천지 500대 기업 임원 비율은 1.5%에 그친다. 미 연방의석 중 3%만이 아시아계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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