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이날 홉킨스의 오스카 남주주연상 수상으로 놀란 사람이 적지 않았다. CNN은 "83세의 이 배우는 는 '더 파더'에서 치매에 걸린 남자 역을 맡아 연기 부문에서 최고령 수상자가 되었다"면서 "많은 사람은 고 채드윅 보스만이 수상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번 홉킨스의 수상으로 정말 놀란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수상자인 안소니 홉킨스 그 자신이다.
영화 '더 파더'로 남우주연상
고향 영 웨일스에서 소감 전해
"그림 그리고 피아노 치며 생활"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은 올해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점쳐졌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통해 남우주연상에 오른 채드윅 보스만은 사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유색인종 배우로 기록됐다. 홉킨스는 영화 '더 파더'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안소니'로 분해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역할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외신을 종합하면 실제로 홉킨스는 자신의 수상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뜻밖의 수상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야 부랴부랴 동영상으로 간단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채드윅 보스만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아버지의 묘지에서 딜런 토마스의 시를···
이날 아버지의 묘지를 찾았던 홉킨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리처드 홉킨스 영원히 편히 쉬세요"라고 적고 묘지 근처에 서서 시를 낭송했다.
"고이 잠들지 마십시오.
노년에는 날이 저물수록 더욱 불태우고 몸부림쳐야 하니,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십시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똑똑한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어둠이 마땅함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언어로는 어떤 번개도 가르지 못하기 때문에
고이 잠들지 않습니다···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홉킨스는 시를 읊다가 왼쪽 손을 가슴에 얹으며 "아, 마음이 아프다"며 낭송을 멈췄다. 이 동영상은 현재까지 27일 오전(한국시간)까지 160만 명이 보았으며, 댓글이 1400여 개에 이른다.
고향 마을에서 유유자적
실제로 홉킨스는 최근 트위터에서 자신의 생활 풍경을 종종 전하며 웨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트위터에 "아티스트이자 화가, 작곡가,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집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려왔다. 지난달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ARTnews)는 화가로서 홉킨스 인터뷰 기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인터뷰에서 홉킨스는 "다섯 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몇 년 전 아내(스텔라)가 내가 옛날에 그렸던 그림을 보고 권유해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면서 "나는 그저 즐기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